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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소/문화사 &시사

정글만리==>>>줄거리(서평) & 영상 & 저자 대화


정글만리











간략 줄거리 



신입사원 때 중국으로 발령받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중국인 ‘관시(關係)’를 얻음과 동시에 회사에 실적으로 인정받아 온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은 거대 권력을 소유한 세관원인 샹신원의 의뢰로 한국에서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를 데려온다. 


불운의 사고로 수억의 배상금을 무는 바람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떠밀리다시피 하여 상하이 땅을 밟는 서하원은 급성장하는 중국 성형시장에서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고, 그 덕분에 샹신원과 전대광의 관시는 더욱 돈독해진다.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20대 청년 송재형은 동아리 활동 중 뒤늦게 역사학에 눈을 뜨고, 유학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엄마의 기대에 맞서 전공을 바꾸기 위해 삼촌인 전대광을 찾는다. 수재들의 집합소로 일컬어지는 베이징대에서조차 마오쩌둥에 대한 신화화가 지속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목도하고 재형은 중국 지식인 계층이 갖고 있는 당에 대한 맹목적 믿음의 이면을 경험하는데……. 

한편,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서 건설업이 호황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계에는 생소한 회사인 골드 그룹이 상하이에 진출하고, 미모의 젊은 여회장 왕링링은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다. 베일에 가려진 골드 그룹이 대대적으로 벌이는 건설 사업에 필요한 철강의 수주 건을 획득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 독일의 철강업체는 각축전을 펼치고……. 

수주 사고로 인해 시안으로 좌천된 김현곤은 전대광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공항으로 마중 나가고, 상하이에 들어설 초대형 종합병원의 철강 납품을 의뢰받는다.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 바람을 타고 골드 그룹도 시안에 진출하면서 건축 총괄사장인 앤디 박이 김현곤을 찾는다. 

프랑스 명품 회사 이사인 자크 카방은 광저우의 큰손 리완싱에게 가공한 옥과 보석을 납품받는다. 그는 중국인들의 뛰어난 수공예 기술과 싼 인건비를 이용해 유럽시장에 명품 액세서리와 장식품을 공급하고, 이는 프랑스 본사에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사업가로서 녹록지 않은 리완싱은 자크 카방의 요구에 맞추어주지 않고, 점점 더 힘겨루기는 어려워지는데……. 


등장인물 소개 


전대광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상사에 취직해 중국에 파견된 이후 십여 년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 속에서 사회주의에 침투한 자본주의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해 온 40대 중반의 한국인 비즈니스맨. 

서하원 


전도유망했으나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성형외과 의사. 한류의 붐을 타고 중국 내 성형시장에서 재기를 꿈꾼다. 

김현곤 


한국 철강기업의 부장으로 열심히 일하던 중 수주한 프로젝트가 중국 내 알력 싸움으로 무산되자 중국 동부지방보다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서부의 시안으로 좌천된다. 

샹신원 


상하이 세관원의 높은 직위인 주임이자 중국 정치의 중심인 상하이방의 일원. 세관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막대한 권력을 가졌기에 그로 인한 비리로 부를 쌓고, 본처를 두고 축첩을 하는 등 중국 부유층의 세태를 두루 보여주는 인물. 

송재형 


중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베이징대에서 유학 중인 전대광의 조카. 부모님의 권유로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더 깊이 공부하고자 전과한다.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재들조차 버리지 못하는 중화사상과 당에 대한 믿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리옌링 


베이징대 역사학과에서 공부하는 광저우 거부의 딸로 송재형과 역사탐방을 다니며 사랑을 키운다. 보통의 20대 중국 여성들처럼 자유연애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아버지의 축첩 사실을 알고는 분노한다. 

왕링링 


거침없는 사업수완으로 단기간에 재계의 큰손이 된 골드 그룹의 회장. 젊고 아름다운 외모로 상하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으나, 출신지나 자금의 근거 등이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교보문고







# 서평




중국에서 사업하신다고요? 이 책 꼭 읽으셔야 합니다

[서평] 소설 <정글만리>






기사 관련 사진
▲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는 삼권, 삼십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 해냄



세계 3대 발명품(화약, 나침반, 종이)을 모두 최초로 발명한 나라, 싱가포르 항공과 독일 루프탄자를 제친 세계 1등 항공산업의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철 '허셰호'를 가진 나라, 카지노 사업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제쳐 버린 나라, 국제기구로의 특허 출원 1위의 나라, 전자제품(하이얼) 판매 1위의 나라, 군중시위 한 해 20만 건의 나라, 자살자 매 해 25만명으로 1위의 나라, 계획생육에 의한 무(無)호적 여자아이가 중국 공식 통계로 천 삼백만이 넘는 나라, 하루 부부 5천쌍이 이혼하는 나라,  화교가 170여개국에 7천여만 명이나 퍼져 있는 나라, 부자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일명 '얼나이'로 불리는 첩(妾)을 여러 명 거느려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 하루 돼지고기 70만 마리를 먹어 치우는 나라, 대학이 1천개가 넘는 나라, 공산당의 당원 수(數)가 8천5백만명이 넘는 나라, 여성접대부 수(數)가 1억명에 육박하는 나라, 가짜도 많으면 진짜가 된다고 우기면서 짝퉁 판매도 사업으로 인정하는 나라, 짝퉁 계란 뿐 아니라 짝퉁 경찰서도 있는 나라, 진찰권조차도 암표가 있는 나라, '나라에 정책이 있다면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고 여기는 인민들이 사는 나라,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법칙을 가지고 있는 나라, 숭녀공처(崇女恭妻)의 나라, 비단, 도자기, 옥(玉), 차(茶)의 종주국으로 자부하는 나라….



이상이 IMF가 2016년 이면 미국을 제치고 G1이 된다고 하는 나라, 중국을 설명하는 수식들이다(본문소개). 'G'가 그룹(GROUP)의 첫 글자를 뜻하는 것이니 중국이 G1이 되면 G는 다른 이니셜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NO.1을 뜻하는 'N1'이나 TOP을 뜻하는 'T1'으로 말이다.



중국생활을 하는 교포들이 하는 얘기로 '중국생활 6개월이면 중국 전체에 대해 아는 척 하고, 1년이면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척하고, 10년이 넘으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말이 있는 나라(본분소개) 중국에 대해 파고든 소설이 출간됐다.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중국이란 나라가 무서워진다. 중국과 한 번이라도 교역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 또는 중국 유학 혹은 여행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당시 만났던 중국인들의 석연치 않은 태도나 모습 행동에 대해 '그래서 그때 중국사람들이 그랬구나'하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중국과 관련한 장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느낌이라고 할까?



이야기를 중국과의 사업, 역사, 외교, 인권 등으로 쪼개서 이해 해보면 어떨까.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글만리>는 조정래 선생이 다년간의 취재와 사전조사 등의 심혈을 기울여 망라한 내용들로 가득한 중국 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소설은 그 만큼 세밀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태백산맥> <아리랑> 등 이제까지 조정래 선생의 장편소설에서 우리 민족의 뼈아픈 근현대사를 발견했다면, 이 소설은 일약 세계 일등국가로 부상하는 중인 중국과 관련한 우리의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허수아비춤>에서 보인 그의 국가와 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은 <정글만리>에서 극대화된다.

세계의 정치 경제적 리더가 되기 시작한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명명한 역사 날조를 시도하여 우리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고 있다. 그 내용을 이미 자신의 역사교과서에 실어 중국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학교에서는 잘 되지도 하지도 않는 영어과목의 절대 공부시간을 늘리기 위해 그 나마 있던 역사 시간을 1시간으로 줄이고 있다'는 저자의 뼈아픈 지적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저자는 우리민족의 우월성을 중국 현대문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작가 '파진'의 설명을 예로 든다. '조선사람들은 중국사람들과 많이 다르다. 예사로 여러 나라말을 구사하고, 잃은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아무 거침이 없이 많은 나라를 오간다. 우리하고는 달리 출중하고 우월하다.' 중국의 이 작가의 우리 민족에 대한 평가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이니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다 보면 학생들이 알아서 영어도 배우고 중국어도 배우고 일본어도 배울 것이란 추론이다.



중국은 대만을 여전히 23개의 성(省)들 중의 하나 또는 네 개의 자치구들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소리를 농담으로라도 하게 되면 공안들에 의해 추방당하거나 구속될 수도 있다고 하는 지적에서 중국과 그 국민들의 국토에 대한 집념과 욕망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할 경우, 티벳, 위구르, 내몽고 등의 자치구도 독립을 주장할 수 있고 만일 그들이 독립할 경우 중국 국토의 60% 정도가 잘려 나간다고 하니 소수민족 독립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물론 중국의 이 정책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어느 잡지에서 티벳의 승려가 독립을 위해 분신하는 장면이 컬러 사진으로 소개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충격적인 것은 그 승려가 벌써 분신하는 스물 네 번째 승려라고 하는 언급이었다. 중국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로 이만큼 충분한 예가 있을까.


소설 속엔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한 우려도 소개되어 있다. 어느 지식인이 우리나라를 두고 '한국은 도자기점에서 쿵후를 하고 있다'라고. 다시 말해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열강들 틈에서 외교적 처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충고로 이해되는 말이다. 다시 말해 그 충고는 돈은 중국에서 잔뜩 벌어가고 있으면서 방위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편에 서 있는 것을 비꼬는 것이다. 실리적인 외교안보 정책이 요구되는 정말이지 중요한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오쩌둥의 3대 업적은 국토통일, 토지개혁, 신분제도 철폐 등이다. 이로 인해 고위층이나 인민들모두, 마오쩌둥이 등소평의 경제개혁으로 인한 근대화가 가속화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위대한 지도자였다는 평가를 한다고. 그런데 그런 마오쩌둥도 남아 선호 사상 만큼은 고치지 못 했다고 한다. '세상의 반은 여성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남존여비를 없애고, 여필종부를 없애고, 전족을 없애 진정하고 완벽한 여성해방을 이룩하고 남녀 평등을 실현했던 것인데, 남아선호 사상은 어쩌지 못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계획생육'으로 인해 일명 '소황제'로 일컬어지는 아들을 낳기 위해 아니, 호적에 올리기 위해 그 전에 태어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여아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주문처럼 외는 말 '런타이둬'를 생각해도 이것은 심각한 인권 문제다. 인간들이 워낙 많으니 몇 쯤 없어져도 괜찮다는 말로 설명될 수 없다. 호적에 오르지 못한 여아들이 인신매매나 끔찍한 범죄의 희생량이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는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저자의 애국적인 시선과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저자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7~8년 전 어느 신문에 실린 칼럼을 소개하고 있다. '한 달 임금 단돈 56달러. 1달러당 1200원으로 쳐도 6만 7200원 밖에 안된다'라고 시작하는 칼럼에서 당시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싶어 하는 남쪽 기업들의 경쟁이 천대 일이 넘을 거라고 어림하고 있다. 임금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당시 중국의 임금은 이미 한 달 6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고 하니 북한의 임금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무려 10배가 된다. 

개성공단과 같은 공단을 열 개 이상 만들면 중국으로 이주할 국내 제조업체들을 국내로 흡수하게 되니 기업의 이익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과 북한에 어마어마한 국가적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직 간접의 통일 비용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통일과 우리 남북한의 이익을 방해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과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열강들이기만 할까. 

중국은 무섭게 성장했다. 아니 성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느 지식인이 우리나라의 외교관들의 무능함을 이야기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종합상사나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전문가로 초빙해서 외교업무를 맡길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소설에서 소개되는 주인공의 면면은 물론, 가공된 인물이긴 하지만 그런 인물들이 상당수 실재(實在)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업의 주재원들, 또는 현지에서 제조업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짚으면서 마무리해 볼까 한다. 저자는 주인공 전대광의 입을 통해 "원나라는 몽골족이, 청나라는 만주족이 중국을 점령해  건설한 '식민정권'이지 중국역사가 아니오. 다시 말해 중국은 원나라와 청나라에 365년 동안 식민지 지배를 당했다 그것이오



….중략…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는 고구려를 '한국 토착의 3국 가운데 하나'라고 했고, 페어뱅크와 라이샤워도 '(고구려를)한국에서 발달한 최초의 순수한 원주민국가'라고 그들의 공동저서에서 정의했소"라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일침을 놓는다. 전대광은 "중국의 최고령 문필가, 106세의 저우유광은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갈파했소"라고 맺고 있다.

중국이 G1, N1 또는 T1이 될 것이란 사실은 이제 자명하다. 그러한 현실이 코 앞에 와 있다. 발들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랬어야 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책임공방이나 할 우리 정치한다는 양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조직이요 사람들인가 우리의 고위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행동과 태도가 요원해 보이니 걱정이 한가득이다. 

'우리하고는 달리 출중하고 우월하다'는 우리에 대한 중국의 대문호 '파진'의 평가가 옳은 판단이길 바랄 뿐이다.


오마이뉴스




보고도 믿기지 않는 나라, 소설로 공부해볼까



[서평] 중국을 알고 싶다면 <정글만리>를 읽어라



기사 관련 사진
▲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3권이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다.
ⓒ 해냄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저 전대광입니다."

남자는 상대방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반으로 접는가 싶더니 곧바로 명함을 내밀었다. 그 연속동작은 기름칠이 잘된 기계의 작동처럼 빠르고도 자연스러웠다. 그의 그런 동작은 울림 좋은 목소리며 부드러운 표정과 어울려 세련된 여행사 직원 같은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아 예에……,제가 명함이……."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 속 서하원과 전대광의 만남이다. 서하원은 한국의 실력 있는 의사였다.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중국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중국에서의 초청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그 초청에 관여된 사람이 전대광(중국에서 근무하는 종합상사원)이다. 즉 전대광은 사업상 서하원을 맞이하게 되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책에서는 중국의 많은 변화가 소개되고 있다. 읽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접하게 되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이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확인해가며 읽다보면 어느새 책 속으로 빠져든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것, 돈 그리고 '몐쯔'

중국인들은 돈을 아주 좋아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건? '몐쯔'라고 한다. 우리말로 자존심, 체면, 위신, 체통이다. 해서 중국에서 손님 접대의 최고 3대 조건은 최고급 식당에서, 최고급 음식을, 최고급 술과 함께 대접하는 것이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중국은 워낙 가짜가 많아 최고급 술로 대표되는 우량예, 마오타이주를 꼭 진품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가 흡족하며 대화가 잘 된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3대 금기사항은 마오쩌둥에 대한 험담, 공산당에 대한 비판, 대만 독립에 대한 지지다. 혹시 중국에 가야 할 사람이라면 명심해야 할 내용이지 싶다. 실제로 소설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무슨 일이오?" 남자가 들어서자 하 사장이 먼저 물었다. "예, 저희 사장님이 어제 공안에 잡혀가셨습니다." "아, 그건 알고, 왜냔 말이오." 하 사장의 찡그려지는 얼굴에서도 다그치는 듯한 어조에서도 짜증이 드러났다. "예, 대만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고 합니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에 대해 진심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언제 어디서든 대만에 대한 정치적 발언이 있으면 어떻게 알고 공안이 잡아간다. 책에서 중국의 공안은 참 특별한 존재다. 현실에서의 중국 공안도 무척 특별한 존재지만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말과 함께 반일 시위는 아무리 무질서해도 가만히 구경하고 대만이나 중국 공산당에 대한 험담을 하면 어디에서든 나타나 잡아가는, 중국인 뿐 아니라 중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공안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공안에 잡혀가도 괜찮은 꽌시나 돈이 있으면 또 풀려나오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 이해가 쉬이 안 되는 나라이다.

난징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난징지역에서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을 잔인하게 죽였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무고하게 죽은 중국인들에 대해 안타까웠다. 중국의 또 다른 상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분노 또한 이해가 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원폭 피해로 대략 17만 명 정도가 피해를 봤다고 한다. 

한국은 일제치하에서 400여만 명이 죽거나 피해를 봤고 중국은 3500만 명이 죽거나 피해를 봤다고 한다.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지만 당시 3500만명이라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게다가 일본은 전쟁 후 진심어린 사과도 없이 아직까지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망언을 하고 있으니 중국인들이 얼마나 화가 날것인가? 최근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도 자기땅이라고 주장하니 중국인들이 또 얼마나 화가날 것인가? 

소설은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G2 국가가 되었다는 것, 꽌시(우리말로는 '백'이라고 해야 하나? 끈, 줄 등 뒤를 봐주는 사람)의 막강함, 중국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소개 즉 형상으로는 용, 색깔은 빨강, 꽃은 모란, 한자는  거꾸로 된 '복(福)'자를  좋아한다는 것, 숫자는 8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 중국 사람들은 사업 시에도 객관적인 데이터나 사람의 역량보다 사람됨을 더 중시한다는 것, 중국 사람들이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꼭 한다는 말 '런타이뒤'(사람이 너무 많아, 나 빼고 3억명은 없어져도 돼), 유교의 발원지이면서도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남녀가 평등하다는 점, 아니 오히려 여성상위사회라는 점, 고위 관료나 돈이 많은 부자들이 얼라이(첩)를 둔다는 점, 중국에서 사업의 형태 중 '박리다매(아무리 싼 것이라도 많이 팔아서 큰 이익을 봄)'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

허나 작가는 이 많은 내용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자연스레 녹여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간만에 본 정말 공부되는(?) 소설이었다. 사실 그 전에 조정래 작가의 작품이었던 <한강>이나 <태백산맥>, <아리랑>에 비하면 내용이 덜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작가도 말했다. '다른 작품을 위해 중국 지역을 취재하며 언젠가는 중국에 관한 소설을 꼭 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정글만리>다. 

소설은 전대광의 친조카인 송재형이 사랑하는 여인인 리옌링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리옌링의 아버지는 개혁 개방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사업의 센스도 있고 돈도 악착같이 모은 자이다. 리옌링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하자 펄쩍뛴다.

"아빠, 저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겠어요."
"물론 베이징대 출신이고 당원이겠지?"
"아니에요, 한국사람이에요."
"뭐! 뭐라고! 조선놈이라고!"
"조선이 아니라 한국사람이에요."
"빌어먹을! 너 미쳤냐! 안 돼, 절대 안 돼."
"왜 안되는데요? 이유를 말씀하세요."
"왜 하필 속국놈이야. 재수 없이."

그렇다. 중국 사람에는 아직도 중화사상이 남아있다. 즉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자만심이다. 여기까지 보면 송재형과 리옌링의 결혼은 힘들어 보인다. 허나 속국사람이라고 재수 없어하던 리옌링의 아버지도 송재형이 직접 인사를 드리러 와서 중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두 글자 '수(壽)'와 '복(福)'이 새겨져 있는 빨간 내복을 받고는 '사윗감으로 만점'이라고 아주 흡족해 한다. 즉 중국 사람들은 그만큼 한 번에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사실 오늘 날의 중국을 옆에서 보고 있어도 믿기 힘들지 않은가? 이 엄청난 변화의 나라, 뭐든 달려들면 금방 세계 1위로 만드는 나라, 매장에서 '진짜 가짜임을 증명함'이라고 대 놓고 가짜를 파는 나라, 가짜를 많이 팔고 로얄티를 내지 않냐는 서양인의 질문에 '중국의 3대 발명품인 종이, 화약, 나침반을 1000년간 사용한 것에 대해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로열티를 낸 적이 있느냐?'라며 오히려 반문하는 나라. 이렇듯 논리적으로 힘든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궁금한가? <정글만리>를 펼치자.



오마이뉴스













 역사책 읽는 집 18회 - 정글만리, 해냄 (2013.08.22)




   










# 저자대화





책하고 놀자 - 특집 ('정글만리' - 조정래) (2013.08.24)


 







 '정글만리' 열풍 조정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