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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소/문화사 &시사

[영화 카트] 카트배경 * 2007년이랜드 홈에버 사태 ,그후?

[카트]











[2007년]



이랜드일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홈에버월드컵점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 2007년 6월 30일, 이랜드일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홈에버월드컵점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프레시안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를 다룬 <카트>였다.


 당시 이랜드 그룹은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포함 계열사 노동자 700여 명을 해고했다.


계약기간도 채 끝나지 않은 노동자들을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이후 해고노동자들은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고 이후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를 대표하는 사태로 자리매김했다.






비정규직 위해 정규직이 일어선다"

10일 이랜드일반노조-뉴코아노조 2000여 명 공동 총파업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대형유통업계의 비정규 노동자 계약해지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 총파업을 벌인다.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와 뉴코아노조(위원장 박양수)는 오는 10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당계약해지 저지, 아웃소싱(외주화) 저지' 등을 걸고 공동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공동투쟁본부를 만들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 두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은 전체 2700여 명. 이 가운데 1900여 명이 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직 계약해지 및 아웃소싱에 맞서" 공동 총파업
  



 













오는 7월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됨에 따라 최근 뉴코아, 홈에버 등 이랜드 그룹이 경영하는 대형 유통 회사에서는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및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아웃소싱 등이 광범위하게 일어나 문제가 돼 왔다.
  
 

 이에 이 두 노조는 이랜드 그룹을 상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아웃소싱 중단 △비정규직의 부당계약해지 중단 △정규직-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요구해 왔지만 회사와 입장 차가 좁혀 지지 않아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절차를 거치기도 했다.
  
  

그 이후 뉴코아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파업찬반투표를 거쳐 투표인원의 77%, 전체 조합원 가운데 55%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이랜드일반노조도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9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가 진행 중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현재까지 집계된 것으로 파악했을 때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10일 오전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 4시부터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 공동투쟁본부는 2000여 명이 이번 총파업에 참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의 '비정규직 계약해지' 광풍을 막겠다"
  
이 두 노조의 공동 총파업 요구사항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사안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사항은 △생활임금 보장 △구조조정 분쇄 정도다. 현재 홈에버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를 현재 3200명에서 1500명 수준으로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이 회사에 의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노조는 "이번 총파업은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저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번 공동 파업의 의미와 관련해 "비정규직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두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의 대량 계약해지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은 유통업계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에 앞장서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형유통업체들이 현재 이랜드 그룹의 계열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계약해지와 용역전환 추진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싸움의 승패는 전체 유통 노동자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10일 뉴코아 전 매장과 홈에버 주요 매장의 정상적인 영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남신 공동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완전히 매장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혼란이 예상된다"며 "특히 100명 이상 조합원이 있는 뉴코아 전 매장과 홈에버 인천 계산점, 월드컵몰점은 상황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노조는 10일 하루 공동파업에 이어 사복근무 투쟁, 연장근무 거부, 매장 안의 피켓팅, 시간대별 기습 파업 등 현장투쟁을 통해 회사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데 이어 오는 15~16일 1박2일의 2차 공동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프레시안





비정규직 대량해고, 다음은 정규직입니다"


[현장]비정규법 시행되는 날 0시…"우리가 농성하는 이유"



법 통과 이전부터 이후까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정규직 관련법이 1일 드디어 시행됐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만들어낸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시행되던 1일 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에는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뉴코아, 홈에버, 2001아울렛 등 이랜드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유통업체의 노동자들이었다. 왜 이들은 이날을 한 자리에 모여 밤을 새며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 정규직법이 드디어 시행되던 1일 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프레시안






  "나는 사실 별 큰 욕심도 없어요"
  

차별금지제도와 2년 고용 후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앞두고 우리은행, 부산은행 등 일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소식도 들려 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기존의 비정규직을 계약해지하고 외주화(아웃소싱)한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전날 오전부터 각각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이들 역시 마찬가지처지였다. 홈에버 방학점의 김미희 씨(45, 가명)는 "최근에 갑자기 계약서를 다시 쓴다느니 계약기간을 변경한다느니 계약 가지고 회사 내에서 신경전이 심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홈에버의 비정규직 캐셔로 4년 째 일하고 있다.
  
 뉴코아에서 8년 동안 정규직 캐셔로 일했다는 고모 씨(30)도 "캐셔로 같이 일하던 비정규직 언니들이 어느 날 갑자기 관리자로부터 '내일부터 그만나오라'는 말을 듣고 심난해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가 지난 10일 공동파업 이후 함께 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비정규직의 대량 계약해지와 외주화 때문이었다. 두 노조는 공동투쟁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성장에서 만난 김미희 씨는 정작 "나는 사실 별 욕심 없다"고 말했다.
  
 "이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나는 이 나이 돼서 새삼스럽게 정규직으로 해달라는 것도 아니예요. 그저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이 나이에 어디 마땅히 취직할 다른 곳도 없는데…"
  



  


▲ "이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그저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일'이었다. ⓒ프레시안



김 씨는 조용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어느덧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제는 어디 마땅히 새로 취직할 다른 곳도 없어요. 게다가 저는 말도 잘 못해서 손님들 앞에서 서빙도 잘 못하고요, 보험일도 못할 거예요."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일이 캐셔라는 것이다. 두 노조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특히 비정규직 캐셔들 가운데는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많다. 이들 비정규직이 받은 월급은 80여 만 원 수준이다.
  
 "이 나이 되면 혼자되는 사람이 참 많아요. 동료들 가운데 이혼하거나 남편이 죽거나 해서 여성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80만 원이 그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생계비인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요?"
  
 이들이 싸움을 시작하자 회사는 직군을 분리해 고용안정만을 보장하는 직무급제로의 정규직 전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청자를 받아 선별적으로 정규직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그런데 회사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니 그게 정규직이 아닌 것 같더라"고 말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등장한 직무급제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말이 많다.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니다"는 취지에서 '중규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 씨는 "회사에서 선별적으로 직무급제로 전환해준다지만 동료들은 별로 안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농성장에서 만난 한 노조 관계자의 설명은 좀 더 구체적이다. "유통업계의 비정규직은 워낙 임금 자체가 적다 보니 평소에도 더 나은 임금 조건을 찾아가는 자발적 퇴사자가 많아, 고용안정만으로는 유통업계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이 크게 나아진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규직들이 함께 해주니 너무 든든하고 좋아요"
  

▲ 전날 오전부터 진행된 이들의 농성으로 홈에버 월드컵점은 영업이 중단됐다. ⓒ프레시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그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봤다. 김 씨에게서 "별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고 손님들이 많은 시간이면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해 관절염, 방광염 등의 산업재해를 겪고 있다"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캐셔들의 고충이 담긴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질문이었다.
  
 "'힘들다' 생각하면 4년이나 못하죠. 그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끼리 함께 일하고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각자 가정사 얘기도 하고, 그럴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 씨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부터 집을 비우고 밤을 꼬박 농성장에서 세우고 있는데 아들과 남편이 볼멘소리를 하지는 않을까?
  
 "아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요. 남편은 처음에는 그렇게 싫어하지 않더니 좀 길어지니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너 그러다 경찰서 끌려가거나 병원에 입원해도 난 안 갈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다칠까봐 그러는 거죠. 섭섭하지는 않아요. 아까 집에 전화해봤는데 아직 아무도 안 들어왔더라고요. 이따가 다시 해봐야죠."
  
 김 씨는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였다. 한창 인터뷰를 하고 있던 밤 9시경 뉴코아노조의 조합원 700여 명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이날 서울 강남점 뉴코아 킴스클럽을 봉쇄하고 파업을 벌인 후였다. 뉴코아 노조 조합원들을 본 김 씨는 "든든하고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번에 싸우면서 몇 번 봤는데 다들 우리보다 좀 젊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서로 끈끈한 것 같고 생기발랄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뉴코아노조는 이랜드일반노조와 달리 대부분이 정규직이다. 대개 비정규직들의 투쟁은 정규직노조가 있는 곳에서도 외로운 싸움이 되기 일쑤다. 당장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코아노조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 이랜드일반노조와 함께 12일째 공동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비정규직 다음은 정규직이다"



▲ "비정규직 다음은 정규직입니다." 이랜드 그룹에 맞선 이들 비정규직의 싸움에는 정규직이 대부분인 뉴코아노조가 함께하고 있다. ⓒ프레시안


  

'이 곳을 왜 찾았냐'는 질문에 뉴코아의 정규직인 고모 씨는 "비정규직 언니들이 싸우고 있다니까 함께 하려고 왔다"고 짧게 답했다. '정규직은 큰 영향이 없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고 씨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이 다 짤려 나가고 나면 정규직도 나중에 짤릴 거예요.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뉴코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캐셔로 일하고 있는데 회사가 계산대 업무를 전부 외주화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면 정규직들도 부서가 이동되고 나중에 인원감축도 하겠지요."
  
  고 씨는 "사람들이 비정규직법의 진짜 실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떤 비정규직 언니의 신랑은 '비정규법 시행되면 너 같은 사람들이 정규직이 된다는데 왜 그러냐'고 했다더라고요. 우리같이 직접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몰라요. 현장에서는 이렇게 해고가 판치고 있는데…."
  
 가정을 잠시 비우고 일하던 계산대 옆에 주저앉아 밤을 꼬박 세운 유통업계의 '아줌마'들은 "오늘 우리가 하는 농성이 비정규직법이 안고 있는 많은 허점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리도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할 수만 있었으면 한다"고 조용히 바라고 있었다.



프레시안




[2014년]





<카트>는 '영화'가 아니다

[기자의 눈] 영화 <카트>가 말하는 2007년 그들, 2014년 우리




"사람 대접 좀 해달라고! 투명인간 취급 하지 말라고!"

선희(염정아 분)가 울부짖는다. 선희는 업계 1위 '더마트'에서 5년 간 벌점 한 번 없이 일했던 비정규직 계산원이다. 

"우리는 버림받았어. 우리는 국민이 아니야."

황선영 씨가 말했다. 선영 씨는 홈에버(현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비정규직 계산원으로 일했다. 

선희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러나 선희는 선영 씨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이 일했던 마트에서 하루 아침에 잘렸다. 그리고 싸웠다. 

"저 생활비 벌러 나오는 거거든요. 반찬값 아니고요." (선희)

"이 나이 되면 혼자되는 사람이 참 많아요. 동료들 가운데 이혼하거나 남편이 죽거나 해서 여성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80만 원이 그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생계비인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요?" 

선희와 선영 씨 싸움의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은 절망했고, 싸우면 이길 줄 알았고, 다시 절망했고, 다시 싸웠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은 현실일까, 영화일까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부지영 감독의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벌어진 이랜드리테일 소속 유통업체 계산원 노동자들의 싸움을 극으로 재구성했다.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제작사의 자체 평가는 지나치지 않다. 오히려 104분의 러닝타임 내내 어디서부터가 만들어낸 이야기이고, 어디서부터가 몇년 전 눈 앞에서 봤던 그 장면인지 헷갈려야 했다.

하긴, 그때도 그랬다. 2007년 6월 30일, 장을 보러 토요일 오전부터 일찌감치 나온 사람들로 북적대던 상암동 홈에버월드컵점. '아줌마'들이 자신의 일터에 들어가겠다고 용역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던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한 용역 경비원이 분사한 소화기 분말이 순식간에 눈 앞을 가득 메울 때, 이 장면이 정말 '현실'일까, 생각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600여 명의 '아줌마 부대'가 마트를 점거하고, 계산대 사이사이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나는 이 나이 돼서 새삼스럽게 정규직으로 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할 때, 영화보다 더 잔인한 현실에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1박 2일"로 예정했던 아줌마들의 마트 점거 농성이 20여 일동안 이어졌고, 다시 계산대로 돌아가기까지는 510일이나 걸렸다



510일 동안 보았던, 들었던 모든 '현실'들이 <카트>안에 고스란히…


▲ 2007년 7월 20일, 홈에버월드컵점을 점거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프레시안

▲ 2007년 7월 20일, 홈에버월드컵점을 점거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프레시안



그 510일을 몰랐다면, 아마 영화 <카트>를 보고 "영화니까" 했을지 모른다. 

"직원도 마음대로 못 자르면 그게 회사야? 절차상 하자 좀 있다고 결과 바뀌는 거 아니잖아"하는 점장의 신경질적인 말도, 자신이 잘린다는 공고문을 보고도 "외주화가 뭐래요, 성님?" 묻는 머리 희끗한 청소 노동자의 순진한 눈망울도, 창고 바로 옆의 퀘퀘한 탈의실에서 동시에 울리던 '계약해지 통보' 문자 메시지 알림음들도, 회사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응답은 없고 형광등조차 꺼진 회의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했던 그 지루함도, 파업이란 걸 하면서도 불평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던 몸에 밴 '고객 서비스 정신'도, 오랜 파업으로 생활비가 없어 전기가 끊긴 집에서 촛불을 켜던 아이들의 모습도, 지도부 앞으로 날아 온 수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도, 모두 이야기 전개를 위해 필요했던 '과장'이라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이랜드 파업 510일을 지켜보면서, 기자가 보았던, 들었던 모든 '현실'이었다. 그만큼 그들이 겪어야했던 많은 날들은 비현실적이었고, 영화 <카트>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주 세밀한 순간까지도 <카트>는 고스란히 옮겨왔다. 계산대 사이 사이에서 종이 박스를 깔고 누워 자는 장면, 색종이로 종이학을 접어 계산대 위에 매달던 사람들, 그러면서도 매장 물건은 털끝도 건드리지 않던 이들, 남편 등 가족의 타박과 반대에 어쩔줄 몰라하던 어떤 이, 싸움이 길어지면서 시작된 조합원끼리의 갈등,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했던 누군가까지…. 

거의 모든 장면들이 과거 어느 날에 대한 오래된 기억을 보는 듯했다. 이런 느낌은 <카트>가 '배우들이 출연한 다큐멘터리'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선희는, 태영은 오늘도 싸우고 있는 노동자이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함을, 현실보다 오히려 영화가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거기에는 선희의 아들 태영(도경수 분)의 역할이 크다. 

"언제 급식비 냈는지 기억이나 해?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은 읽어나 봤어?"

일할 때는 수당도 못 받는 연장근무를 하느라, 파업을 하면서는 회사와 싸우느라 아들 급식비조차 제때 챙겨 내지 못하는 엄마 선희에게 태영은 따져묻는다.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알바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태영은 그제서야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편의점 유리문을 부쉈다고 편의점 사장에게 얻어 맞고, 경찰서에 끌려갔던 아들에게 선희는 묻는다. 왜 그랬냐고. 

"억울해서."

태영의 간단한 대답에 선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것은 선희가 싸우는 이유기도 했다. 영화가 태영의 입을 통해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선희만이 아니다. 오늘도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위한 '변명 아닌 변명'이다.  

영화의 출발점이 된 이랜드 파업은 벌써 7년 전 이야이기지만, '힘 없고 억울한' 선희는, 태영은 오늘도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다가 하루 아침에 '투사'가 돼 버린 선희는, 자신이 부당한 일을 겪고나서야 뒤늦게서야 엄마를 이해하게 된 태영은, 또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영화 <카트>의 개봉일은 11월 13일이다.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오랜 싸움이 비로소 끝난 날이기도 하다. 2008년 이날, 홈에버에서 일하던 '아줌마 계산원'들은 노조 지도부 12명의 퇴사를 조건으로 일터로 돌아갔다. 그들의 오늘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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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를 봐야 하는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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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업영화 사상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권’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한 <카트>(13일 개봉). 개봉 전부터 ‘호평’이 쏟아지는 이 영화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노동’‘파업’‘권리’ 등의 단어만 나오면 으레 ‘떼쓰기’라고 몰아붙이는 일부 언론, 그런 뉴스를 접하며 인상을 찌뿌리던 당신도 이 영화에 편견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다음달 카드값을 걱정하고 교육비와 치솟는 전세값에 고민하는, 2014년을 사는 평범한 국민이라면 한번쯤 이 영화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이유가 있다.



① 그들 아닌 우리의 이야기

대한민국 비정규직은 약 9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임금노동자 1800여만명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이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도 440여만명이다. 영화 <카트>는 이런 비정규직 중 가장 대표적인 ‘대형마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온갖 컴플레인에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응대를 한다. 때로는 ‘진상 손님’에게 무릎을 꿇거나 반성문을 쓰는 감정노동도 감수한다. 수당도 없이 연장근무에 시달리지만 불평 한 마디 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는다. ‘반찬 값’ 벌러 나온 ‘아줌마’가 아니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가장’이기에 절박한 이들은 난생 처음 노조를 만들어 대항한다. 들여다보면 흔하다


 흔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이 급식비와 수학여행비를 벌어야 하는 ‘선희’(염정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혜미’(문정희), 면접만 50번 넘게 떨어진 취업준비생 ‘미진’(천우희), 은퇴 후 안락한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는 청소부 ‘순례’(김영애), 악덕 점장에게 알바비를 떼인 고등학생 ‘태영’(디오)…. 과연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② 대안으로서의 연대를 말하다

영화 안에는 명확한 ‘선악’의 구분이 없다. 아줌마들을 매몰차게 내치는 최 과장(이승준) 역시 3명의 아이를 건사해야 하는 또다른 ‘가장’일 뿐이다. 악독한 사주와 양심없는 중간 관리자들의 악행 따위를 폭로하는 손쉬운 대립구도를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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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규직 대리 동준이 아줌마들과 뜻을 함께 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처음엔 내 문제가 아니라며 애써 무시하지만, 비정규직을 해고한 뒤 정규직 역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려는 것이 사쪽의 의도임을 동준은 곧 알게 된다. 그들의 문제가 곧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바로 ‘연대’의 시작인 셈이다.

사쪽의 설득에 밀려 복직한 직원들과 마트 밖에서 싸우고 있던 직원들이 함께 카트를 밀며 공권력에 맞서는 마지막 장면 역시 상징적이다. 영화는 연대의 필요성을 교조주의적 가르침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영리한 방법으로 관객에게 일깨운다.



③ 탁월한 영화적 만듦새


영화의 메시지나 사회적 울림에 공감하지 않아도 좋다. 이 영화는 드라마 자체로도 재미있다. 시키는대로만 하던 아줌마들이 힘을 합치는 과정은 과격하기보다 인간적이고 아름답다. 서로의 사연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고, 서로의 식사와 잠자리를 걱정해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자매애와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염정아, 문정희, 천우희, 김영애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눈가의 주름과 기미 등을 과감히 드러내고 머리를 질끈 묶은 이들의 모습에서 ‘화려한 여배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나이가 어린 관객에게는 아이돌 ‘엑소’의 멤버 디오의 연기도 볼거리다. 디오는 첫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선배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를 뽐낸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