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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소/문화사 &시사

[정명훈] 고액연봉논란 그리고 과대평가 * 본질적문제?


 


정명훈 ?










[2011,12]



정명훈 연봉, 금액도 문제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문제
[김상수 칼럼] 터무니 없는 특혜… 서울시민들 혈세 제대로 쓰고 있나


서울시향을 6년째 이끌고 있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감독은 2005년 말과 2009년 각각 3년의 임기로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취임해 만 7년 동안 서울시향을 이끌어 오면서 연봉과 지휘료, 활동비 부대 경비로 연 20억원 상당을 지급받아 왔다.


 정 감독은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연장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연출가 김상수씨는 정 감독이 국내에서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인 지휘자'나 '마에스트로'와는 거리가  멀고 서울시에서 불합리한 특혜 계약을 맺고 있으며 문화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김씨는 정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과대평가 받고 있는 건 이명박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김씨의 칼럼을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9일 구로구민을 위한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연세중앙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은 구로구민과 서울시향의 세 번째 만남으로 구로구와 우리은행이 주최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주관했다. 


장소를 제공한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를 음악회 장소로 써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지역을 사랑하셔서 음악회에 참석하신 이범래 국회의원, 서울시장, 구로구청장을 비롯해, 참석하신 모든 분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교인과 함께 환영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세중앙교회를 찾은 지 이번이 세 번째라고 들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자도 완벽한 음향이 제공되는 연세중앙교회에서 연주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밝혔다.”(연세중앙교회신문 2010-01-16)



정명훈의 ‘찾아가는 음악회’, 왜? 대형교회를 자주 찾는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 정명훈은 ‘찾아다니는 음악회’ 공연장으로 대형교회를 자주 선택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홍은동 홍성교회, 명일동 명성교회, 사당동 해오름교회, 강북제일교회 등의 교회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데리고 가서 연주를 지휘했다. 


이명박 등장 전후로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빠르게 ‘정치화’됐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한국의 대형 교회 문제다. 공연장소가 마땅치 않아 구청에서 교회를 공연장소로 섭외했다고 서울시향 측은 답하지만, 이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은 기독교 선교악단이 아니다. 서울시향은 순복음교회 등 특정 종교를 위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악단이 아니란 말이다. 서울시민들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이다. 서울시 시립교향악단의 정체성의 문제다.



비정상적인 체제의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오케스트라는 화음의 어울림을 통한 단원들의 앙상블이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향은 단원 위촉과 해임이 전적으로 1인 정명훈의 결정에 달려있다. 단원들은 일체의 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구조다. 의사소통이 원활할 수 없는 구조란 어떤 단원들에게는 숨 막히는 시스템이고 그런 상황에서 단원들로부터 좋은 연주가 나오기란 어렵다.


공석(空席)인 수석연주자를 오랜 시간 정하지 않고 외국의 연주자를 필요에 따라 마치 객원지휘자 초청하듯 경비 일체를 지불하고 들어와 연주하게 하고 정명훈과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Roussev)는 지금 정명훈의 청으로 서울시향 악장을 같이 맡고 있다. 


오케스트라 악장이 그 도시에 상주하는 연주자가 아니고 연주 때만 잠시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는 경우란 국제적인 오케스트라 운영방식엔 없다. 악장도 그렇지만 전체 오케스트라 연주자 편성에 15%나 외국인으로 연주자를 충원하는 등, 결국 정명훈 본인이 지휘하는 연주에는 외국인 연주자들을 불러들여 집중적으로 연주 예산을 들이는 식이다.



정명훈이 어느 날 외국인 연주자들과 협연자들을 데리고 서울시향을 떠나게 되면 서울시향은 바로 절름발이 오케스트라가 된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체제의 오케스트라다. 정명훈이 이런 식으로 상임지휘자와 예술감독을 이행한다면 결국 교향악단 역량과 수준은 전체적으로 정체(停滯)를 맞기 마련이다.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근무일수


정명훈의 서울시향 출근 일수를 도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가 서울시향에 출근하는 시기는 10일 이상 출근하는 날자가 몰려 있다. 연중 출근 일수가 매월 고르지 않고 상임지휘자가 몇 번 몰아서 한국에 돌아와서 마치 연주계약 횟수를 맞추려고 여기저기 갑작스럽게 단원을 끌고 다니면서 지휘를 하는 형국이다. 


상임지휘자란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 타고 들어와서 지휘하는 처지여서는 안 된다. 상임이란 일정기간 해당 도시에 상주한다는 의미다. 이런 식이다보니 ‘찾아가는 음악회’가 특정 대형 교회, 그것도 같은 교회에 3번씩 연주를 가는 현상도 벌어진다. 이런 식의 몰아치기 연주회 방식으로는 교향악단이 제대로 실력을 쌓고 향상시킬 수 없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연합뉴스.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맺은 계약은 국제음악시장의 일반적인 계약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통상 국제적인 클래식 음악시장의 관행으로는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연봉으로 인건비를 지급받으면서 1년 동안 평균 10회에서 15회, 또는 계약에 따라 정기연주회 또는 특별 연주회로 지휘자의 지휘 회수를 정해서 지휘료를 ‘연봉’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것이 일반적이고 국제적인 클래식 음악시장의 계약방식이다. 그러나 정명훈이 서울시향과의 계약은 ‘보수’라는 단어가 있다. 그 금액은 2008년 12월 30일에 계약한 계약서를 보면 “연간 2억2천만원의 보수를 지급한다”고 되어있다.



상임지휘자인데도 지휘 때마다 따로 지휘료를 챙긴다


그럼 어떤 식으로 정명훈은 연간 20억 이상의 돈을 서울시향으로부터 받아갈까? 바로 보수와 지휘료를 나누어 별도로 계산하는 특이한 방식의 계약이다. 


계약서에는 “공연 지휘시 1회 공연당 3850만원의 지휘료를 지급한다”, 정명훈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지휘할 경우 상기 지휘료의 50%를 지급한다” 그리고 “2010년 1월 1일부터는 매년 전년도 금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되어있다. 



근로소득세는 ‘보수’ 2억2천만원에서 내고, 회당 지휘료는 2011년 현재 4250만원씩 받는 지휘료에서 세금 3.3%만 내고, 지휘료 포함, 전체를 근로소득으로 보면 세금이 훨씬 더 많을 것인데, 종합소득세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런 계약이면 일반적인 국제관행의 계약이 전혀 아니다. 예외적인 특별계약이다. 지휘료를 연봉의 보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지휘 횟수에 따라 지휘자가 원하는 대로 지휘를 하고, 말고, 한다는 식이다. 


해마다 5% 인상으로 올해 2011년 지휘료는 회당 4250만원이다. 도표에서 보자면 올 8월까지만 6억4800만원이 지휘비로 지급됐고, 8월 이후 지휘가 몰려있는 일정을 보자면 지휘료는 상당액이 된다. 상임지휘자는 연봉책정으로 1년 10회에서 15회 정도의 연주지휘를 하는 게 국제적인 관례다. 지휘료를 매 공연마다 챙기는 건, 상임이 아니다. 차라리 객원지휘자다. 따라서 서울시와 정명훈의 계약은 합리적이지 않다.



위와 같은 특별계약은 일반적인 공무의 서울시 공무원의 영역에서는 도출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계약 방식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를 책임진 가장 윗선인 전 서울시장 이명박의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는, 잘못된 계약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직제에도 없는 ‘유럽 주재 보좌역’에게 임금 지급


여기에 "연주섭외와 객원지휘자, 협연자 및 단원선발 등 섭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세금을 공제한 실수령 금액으로 연간 4만 유로“, 정명훈의 ”유럽주재 보좌역에 대한 인건비로 제세금을 공제한 실수령 금액으로 3만 유로를“ 도합 우리 돈으로 1억 이상의 돈을, 그리고 정명훈이 ”국내활동에 필요한 판공비 월 250만원씩(연 3천만원)을 매월 말일 지불한다”고 되어있음도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정명훈의 ‘유럽주재 보좌역’이란? 정명훈 개인 유럽체제 비서를 말함인가? 지출은 정명훈 개인 은행구좌로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으나 사용처에 대한 근거는 서울시향이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용처가 불분명한 증명되지 않는 공금의 사용이란? 공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하는 서울시 산하단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지난해 근무 일수. 공연은 모두 44차례 했다.
 

스폰서 금액의 30%는 정명훈의 초상권


정명훈이 “(재)서울시립교향악단의 홍보마케팅을 목적으로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하여 스폰서를 유치할 경우, 자신의 초상권이 전체 홍보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스폰서 금액의 30%이내에서 상호 합의한 금액을 정명훈”에게 지불한다고 되어 있다.


5장의 계약서에는 상임지휘자로 예술감독으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예술가로의 계획이 전혀 없다. 간단하게 몇 줄로 자신의 과업을 정리했고, 나머지는 자신이 서울시향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요구와 약속을 일일이 정리한 것이다.


하이야트호텔 숙박료도 4천여만원을 서울시향이 부담한 적이 있음도 앞에서 얘기했다. 서울체재 호텔비 부담은 그가 꼼꼼하게 권리를 요구하고 사인한 계약서 어디에도 없다. 재단법인 서울시향은 그에게 부당지출한 하이야트호텔 숙박비를 환수 받아야 한다. 공금의 부당지출은 형사사건이고 배임죄에 해당한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연합뉴스.
 

경쟁과 효율만이 최우선시 되는 지금의 서울시향은 정명훈을 통해서 경쟁체제를 도입, KBS 심포니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췄다는 주장도 있고, 이를 성과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독일 그라모폰과 녹음계약 체결, 음반출시도 대단한 성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정명훈이 서울시향으로부터만 가져가는 돈 20억원 내외에 걸 맞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으며 음악적 성과를 이뤄낸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터무니없는 허구다.


국제음악시장관행에 비추어도, 그리고 자신을 키우고 격려하고 배려하는 조국에서 유독 까다롭고, 비싸게, 자신의 일정에 맞춰서 지휘를 하고, 심지어 계약서에서 일일이 자기의 특권을 요구하는 이유란 대체 뭘까? 


서울시의 과공(過恭)의 대우도 문제지만, 서울시는 한 예술가의 요구만 받아줬지, 과연 투명하고 정당하게 대우했는가? 어쩌면 서울시는 과도한 대우로 예술가를 모독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울시민들이 한 예술가의 지휘를 통해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기 위해 지나치게 특권대우를 해줘야만 하는 모욕을 당한 것인지도.


예술가의 몇 개월여 리무진 대여비와 1등석 항공권과 고액의 지휘료와 특급호텔비 등, 한 예술가의 특권적인 삶에 드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많은 시민들은 노동을 하지만, 정작 서울시향의 음악을 찾아갈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서울시향 대표이사도 정명훈 측에서 임명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표이사는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시 내규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여기저기서 추천하는 인물을 서울시고위 관계공무원이 간추리면, 그 명단은 어김없이 정명훈 측에 전달된다.


 지금 대표이사는 7명의 후보 중에서 전 중앙일보 기자이자 S예술단의 전 대표와의 경합으로 정명훈 측이 낙점, 임명했다. 상임지휘자나 예술감독이 서울시향 예술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까지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이란 내규에 없다. 기가 막힌 얘기다. 서울시 인사권에도 전횡을 휘두르는 이런 실정이었으니 서울시향이 정명훈을 위한 정명훈의 악단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다.



정명훈의 부인은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아니다       

입수한
서울시향 유럽투어 연주명단에는 2명의 예술감독 이름이 명단에 있었다. 정명훈은 공식적인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이다. 그럼? 나머지 한 사람은? 바로 정명훈 부인이다. 그는 서울시 예술감독이 아니다. 그에게 투입된 공금도 마땅히 회수되어야 한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마지막 계약서를 작성한 2008년 12월 30일, 정명훈은 계약서를 비공개로 해줄 것을 부탁하는 ‘협조공문’을 따로 별지에 적어 서울시향에 보냈다.


“(재)서울시립교향악단과 본인 간 체결된 계약 내용 일체에 관련하여, 계약 당사자 외 제3자에 대하여 비공개로 처리해 주실 것을 협조 바랍니다” 2008년 12월 30일 예술감독 정명훈


해괴한 일이다. 서울시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의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로의 임무를 약속하는 계약서에 밀실 비공개계약을 정명훈은 원했다. 계약이야 상호간의 계약이지만 서울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금의 회계처리란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옳다.



미디어오늘




정명훈은 왜 MB 취임식에 '환희의 송가'를 지휘했을까

이명박·오세훈 9년,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의 폐해


서울시향을 6년째 이끌고 있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감독은 2005년 말과 2009년 각각 3년의 임기로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취임해 만 7년 동안 서울시향을 이끌어 오면서 연봉과 지휘료, 활동비 부대 경비로 연 20억원 상당을 지급받아 왔다. 정 감독은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연장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연출가 김상수씨는 정 감독이 국내에서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인 지휘자'나 '마에스트로'와는 거리가  멀고 서울시에서 불합리한 특혜 계약을 맺고 있으며 문화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김씨는 정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과대평가 받고 있는 건 이명박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김씨의 칼럼을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08년 3월 25일, 이명박에게 지휘봉을 건넨 정명훈


함께 가요, 국민성공시대!’라는 ‘이명박식 정치표어’를 내걸고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식에서 정명훈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9번 교향곡 4악장 '합창' '환희의 송가‘ 앞부분과 독창이 등장하는 부분을 짜깁기해서 지휘를 했다. 기이한 편곡이었다. 


베토벤의 음악을 정명훈 나름대로 해석한 것일까? 그 날 지휘자 정명훈은 오케스트라 정면이 아닌 행사 중앙연단 앞에 서서 지휘를 했다. 저 끝에 줄지어 서거나 앉은 합창단과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지휘가 제대로 보였을까? 


지휘자가 선 그 위치는 실상은 음악을 지휘한다기보다는 거대한 ‘선전 쇼’를 앞에서 지휘하는 상징적인 자리배치였다. 음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명박은 박수를 치면서 즐거운 얼굴로 정명훈과 마주한다. 정명훈은 음악을 지휘하던 지휘봉을 이명박에게 활짝 웃음 띤 얼굴로 선물한다.


 이튿날 대형 기득권 보수참칭(僭稱) 종이신문들은 일제히 ‘대한민국을 잘 지휘하라는 의미로 지휘봉을 준 것’이라고 해설했다. 취임식 날, 그 날 연주와 합창은 사전녹음 연주를 틀어놓은 것이다.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축하연주를 지휘한 정명훈 지휘자와 악수하고 있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히틀러의 생일 전야제 공연으로 ‘위대한 독일민족의 지도자 히틀러’를 찬양하기 위해 동원된 푸르트뱅글러(Wilhelm Furtwangler)의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4악장의 ‘환희의 노래’와 정명훈이 이명박 취임식에서 지휘한 ‘환희의 노래’는 어떤 차별성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을까? 이명박 정권 4년째다. 



거대 기득권 종이신문들의 바람대로 이명박은 정명훈의 지휘봉을 받아들고 ‘대한민국을 잘 지휘’했는가? 비통한 현실이다. FTA 국회날치기 통과를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살수차를 동원, 영하의 얼음물 공세로 답하는 이명박 정권이다. 정파적 이해를 떠나서 누가 봐도 지금 이 나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깊은 위기에 빠졌다. 정명훈이 이명박 취임 때 지휘한 ‘환희의 노래’는 지금 한국인들에게는 ‘절망의 노래’ 민주주의 후퇴의 ‘탄식의 노래’가 됐다.



21세기 민주주의 도시, 서울시립의 교향학단 지휘자란?



나는 이명박에게 정명훈이 지휘봉을 건네는 장면을 보면서, 저 지휘자 정명훈이 과연 음악가인가? 그것도 한국의 매스컴에서 떠드는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예술의 거장(巨匠)”인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나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넘기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마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예술장인들이 군주들의 후원을 받고 군주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방식이 어쩌면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가 현실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에게 지휘봉을 바친다? 



정명훈이 개인 이명박을 좋아하든, 그의 예술적 후원자로 이명박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건 개인적인 문제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가 연주지휘봉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명박에게 갖다 바치는 건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다.


 예술의 정치화를 꾀하는 권력자나 이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예술행위자의 태도란 곧 예술을 형해화(形骸化)시키고 예술을 이용하여 사적인 특권을 꾀하면서도 예술을 하찮게 여기도록 예술을 모독하고 능멸(陵蔑)하는 모습일 수 있다.




정명훈은 왜? 베토벤 음악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했을까?


베토벤 9번 교향곡의 주제 가사는 프리드리히 폰 쉴러(Friedrich von schiller )의 송가(頌歌)에서 발전된 노래가사로 “모든 인간이 형제가 되리라”가 중심 주제다. 독일의 작가 쉴러는 거의 모든 작품들을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을 썼다.


 그는 역사적 사실들을 해명하는 역사인식과 논증에서 인간의 자유이념을 되살리고자 했다. 그의 작품의 중심사상은 인간의 존엄과 시민적 계몽적 사상이 전 작품들에 녹아있음이 이를 말한다. 쉴러는 그의 역사극을 통해 현실을 이상화하고 자유이념을 고취하고자 의도했다. 


베토벤이 자신의 음악에서 쉴러의 시를 노랫말로 가지고 온 것은 계급과 인종을 떠나 인간의 연대를 노래한 것이니, 공화주의자 베토벤은 권력에 음악을 바친 것이 아니다. 그의 교향곡 3번 ‘영웅’이 나폴레옹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이지만, 이후 나폴레옹의 행적에 베토벤은 실망, "그 놈 역시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 놈은 틀림없이 사람들을 함부로 여기고 인권을 짓밟고 자기의 야심을 만족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면서 총보(總譜)의 속지를 찢었다.



권력이 아닌, 인간과 인류에 바친 베토벤 음악 9번


이처럼 베토벤은 권력자가 아닌, 억압받고 노동으로 수고하는 인류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헌사(獻辭)한 것이지 절대 권력자에게 음악을 바친 건 아니었다. 베토벤은 “나의 예술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에 이바지하여야한다”고도 했다. 이명박의 ‘성공시대’와 “부자 되세요! 여러분!”의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이 동원될 것은 전혀 아니란 말이다. 


하물며 베토벤 9번 교향곡은 특정 정치권력의 권력자 취임을 축하할 때 사용하는 그런 음악은 더욱 아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명박 취임축하 때 베토벤 9번 음악을 사용(私用)한 정명훈은 개인 자신의 후원자인 이명박과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부풀려 음악으로 정치적 해석을 한 것이며, 베토벤 음악 이해와 음악해석에서 정명훈의 근본적인 ‘그르침’, 즉, 베토벤 이해와 인식의 의도적인 오류(誤謬)를 나는 본다. 


2008년 8월 14일, 광복과 건국(?)의 역사를 음악으로 재조명?


“대한민국의 힘찬 출발, 고난과 역경, 역동적 발전, 희망찬 미래에 대한 다짐, 1948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60년 역사를 음악을 통해 재현할 이번 음악회는 한국이 낳은 최고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와 ...”
위에 인용한 글은 당시 일반에 알려진 기득권 언론들의 기사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 음악회는 이명박 정권이 광복절을 ‘건국 60년’ 행사로 치루겠다고 해서 열린 음악회였다. 이 음악회는 1948년 8월15일의 성격이 역사적 사실에서는 어디까지나 정부수립일인데도 ‘건국’이라고 일컬으면서 1948년 이전의 대한민국 역사를 왜곡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 ‘정치음악회’였다.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의 음악적 실행


일본 식민 통치가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국부론’, 유신 체제는 고도 산업화를 위해서 불가피했다는 ‘박정희 찬양론’의 뉴라이트 이론이 바로 그 맥락이다. 역사를 찌그러트려 곡해하고자 하는 집권세력을 위한 음악회가 이 음악회였다. 정명훈의 지휘로 첫 곡은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였다. 


이 음악회는 역사적 인식이나 역사의 사실에서 너무나 빈곤했고 음악의 자장(磁場)이 협소한 음악회로 비쳐졌다. 역사왜곡을 음악을 통해 합리화하고 집권세력의 정치선전 이데올로기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적극적인 정치행위로 음악을 이끄는 지휘자의 의식이란? 역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역사의식의 고장을 스스로 드러냄을 의미한다. 이 또한 음악연주의 이해와 인식을 너무나 얕고 좁게 이해하여 음악을 마음대로 전용(專用)한 ‘그르침’을 뜻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의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베르디의 오페라와 베토벤 교향곡의 음악해석에서 독창적인 해석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친 지휘자다. 소위 한국의 매스컴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실질적인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예술의 거장”이란 표현은 토스카니니 같은 이를 두고 말해야 하는 것이고 음악의 넓이나 깊이에서 이런 표현에 해당하는 음악가다. 토스카니니가 바이로이트 공연에 초청받아 바그너의 악극을 지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히틀러 나치 집권 이후, 같은 음악제의 바그너 음악 지휘는 일언지하 거부했다.




파블로 카잘스의 유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도 있다. 역시 “세계적인 연주자”, “마에스트로” “예술의 거장”이었다. 카잘스는 나치에 협력했던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의 공연은 끝내 거절했다. 자신의 조국이 프랑코의 독재통치로 암울한 시기에 빠져들자 일신의 안일을 좇지 않고 프랑코와는 적대적인 분노로 맞섰다. 프랑코가 카잘스를 영웅으로 받들고 전용 음악당을 지어주겠다, 


전용 오케스트라도 붙여주겠다, 얼마든지 원하는 후원을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카잘스에겐 어림없는 얘기였다. 1971년 카잘스는 유엔본부에 초청을 받아 자신의 고향 카탈루나(Cataluna)의 민요 ‘새의 노래’ (El Cant Dels Ocells)를 연주하고 2년 뒤 푸에로트리코에서 96세 때 죽음을 맞는다. 


그는 스페인이 민주주의를 되찾지 않는다면 자기는 죽어서도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국땅에 자신의 주검을 그냥 있게 하라고 했다. 그의 시신은 독재자 프랑코가 죽고 난 이후인 1979년이 돼서야 조국 카탈루나로 돌아갔다.



음악이란, ‘인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


같은 음악도 어떤 목적으로 연주되는가에 따라서 음악의 해석은 천차만별인데, 특정 정치적 목적에 음악이 악용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토스카니니나 파블로 카잘스의 삶과 음악은, 음악이란 인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연주되어야 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정상적인 체제에 협력하고 아부하여 자신의 영화(榮華)를 꾀하고 돈벌이로, 또 출세의 도구나 구실로, 특권적인 삶을 누리겠다는 식으로 음악이 연주되고 지휘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말한다. 이런 음악역사의 귀중한 사실은 이 땅의 음악인들에게도 두고두고 새겨져야 할 소명(召命)이다. 
 

미디어오늘



[2012]


정명훈과 진중권, 우리를 착잡하게 만든다

서울시향, 지휘자의 고액연봉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들


지난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시향)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만나 2012년부터 일부 급여를 삭감하는 3년 재계약에 구두 합의했고, 오는 27일에는 재계약 안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재계약 합의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 지휘자의 내년 급여는 올해에 비해 3억 원 정도 줄어 17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고액 급여도 문제지만 서울시향의 파행적인 운영체제가 더 문제라는 관점도 있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정 지휘자의 고용 자체를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한다.

지난 11월 17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민주당 장정숙 의원이 "시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정 지휘자의 급여가 과다하다"고 지적한 후, 연출가 김상수씨가 <한겨레>와 <프레시안> 등에 이를 문제 삼는 글을 게재했다. 김상수씨는 12월 들어 <미디어 오늘>에 매우 상세하고 신랄한 칼럼을 4회에 걸쳐 연재하면서 정 지휘자의 고액 급여와 서울시향 운영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대체로 정 지휘자의 고액 급여나 운영방식이 문제될 게 없다는 투로 보도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서울시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 지휘자는 연봉과 활동비로 20억 42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정액 연봉 외에 1회 당 지휘수당으로 4244만 원, 유럽 출장 때마다 1등석 비행기 왕복표 2장, 매니저의 유럽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 1장, 유럽 상근 보좌관 활동비 3만 유로(약 4500만 원)에다 해외협연자 섭외비 등 사용 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4만 유로(약 6000만 원)도 정 지휘자의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명훈 "나는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

정 지휘자는 이 문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감독은 논란에 일체 입을 닫고 있다. 그를 공격한 연출가 김씨의 칼럼이 나오자, 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씨(유럽 체류중)가 '클래식 사정을 모르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반박 글을 시향에 보냈으나, 정 감독은 공개를 막고 시향 안에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한겨레> 12.12자 기사)

정 지휘자는 16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재계약을 합의하고 나서 마련된 약식 기자회견에서도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강 들었지만 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며 "솔직히 믿기 힘들겠지만 저는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남짓 인터넷과 트위터에서는 정 지휘자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져왔다. 확실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대체로 정 지휘자를 비판하는 편보다는 두둔하는 편이 많은 것 같다. 특히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정 지휘자에 대해 거의 외경하는 수준의 태도를 보이는 점이 이채롭다. 그는 '마에스트로(거장, 명지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명훈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예술은 예술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등의 말로 정 지휘자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나섰다.




정명훈은 과연 '마에스트로'인가

찬성론자들은 세계적 수준의 지휘자 정명훈이 아시아 최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울시향을 맡아 일하는 데에는 각별한 노고가 소모되는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정 지휘자의 급여는 베를린 필하모니 같은 유럽 최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급여보다 훨씬 많으며, 미국에서도 굴지의 극소수 지휘자가 받는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2008~2009년 뉴욕 필하모니의 지휘자 로린 마젤은 약 37억 원, 다음으로 보스턴 심포니의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은 약 20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정 지휘자가 위에 언급된 지휘자들처럼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의 지휘자인지에 회의를 나타내는 관점도 있다. 


더욱이 구미와 한국의 국민소득 차이를 감안할 때 그의 급여는 지나치게 높다고 말한다


또한 정 지휘자의 급여가 국내의 다른 지휘자인 곽승(대구시향), 금난새(인천시향), 함신익(KBS 교향악단) 등보다 많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무려 5~10배의 격차를 가진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은 내년부터 삭감하기로 한 정 지휘자의 급여도 사실은 정식 급여와는 거의 무관한 가족 항공료, 유럽 주재 보좌관 연봉 등으로서 애초부터 없었어야 했던 것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정명훈이 세계적 수준의 지휘자인지 아닌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오케스트라 음악을 감상하고자 하는 음악 애호가에게 만약 일정한 수, 구체적으로 말해서 대략 10명 정도의 세계적 지휘자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정명훈은 어느 정도의 순서에 들 수 있을지? 물론 나는 일본인인 오자와 세이지와 함께 한국인 정명훈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일 경우 얼마든지 나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터이다.




문제의 본질은 고액 급여가 아니다

나는 문제의 본질은 고액 급여보다 정 지휘자 특유의 계약 조건과 급여 지불 방식에 있다고 본다. 정명훈의 작년 급여는 기본연봉 2억2000만 원에 지휘료와 판공비 등으로 18억2000만 원이 따로 지불되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지휘자가 아닌 상임지휘자의 급여는 전체 연봉을 정하면서 의무 연주 횟수를 함께 규정하는 것이 상식이자 관행이다. 

하지만 정명훈의 경우 연봉과 지휘료를 구분하여 따로 지급하도록 계약되었다. 이것은 연봉은 상임지휘자처럼 받고 회당 지휘료는 세계적인 객원지휘자 대우(회당 4000만 원 이상)로 받는 특혜적인 구조다. 이렇게 될 경우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는 연봉 2억2000만원에서만 내고, 이보다 턱없이 많은 지휘료는 세금 3.3%만 낸 채 이듬해 종합소득세로 환산된다.

한편에서는 시장 논리를 동원하여 정 지휘자를 옹호하기도 한다. 정 지휘자가 영입되기 전인 2004년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1회당 유료 관객수는 466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274명이었고 올해는 1800명을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40억 원 이상의 수입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약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년 전 30억 원 이하였던 서울시향의 예산도 그동안 131억 원으로 대폭 증액되었다. 내년에는 서울시 지원 예산에다 관람료 수입을 합쳐 18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추산된다. 야박한 계산 같지만 서울시민 중 서양음악, 그것도 오케스트라 음악의 애호가는 얼마나 될까? 불과 수만 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1000만 명 서울시민이 예외 없이 1년에 1300원씩의 돈을 내는 셈이라면 이것은 합당한 것일까?
    
정 지휘자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그가 지휘자뿐 아니라 예술감독 직을 겸하고 있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연주뿐 아니라 시향에 대한 스폰서 유치에도 남다른 노고를 기울인다고 한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홍보마케팅을 목적으로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하여 스폰서를 유치할 경우, 자신의 초상권이 전체 홍보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스폰서 금액의 30%이내에서 상호 합의한 금액을 정명훈'에게 지불한다고 되어 있다.(<미디오 오늘> 김상수 칼럼 참조)

물론 서울시향의 유료 관객수가 늘어난 것은 정명훈이라는 이름값에다가 연주의 질 향상이 결정적인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얼마 전 라디오를 통해 서울시향의 연주를 듣고  대단히 흐뭇했던 적이 있다. 서울시향의 연주 기량이 정명훈의 지휘 덕분에 현저히 향상된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나는 서양악기 연주를 전공하는 친구에게 기량이 향상된 서울시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웬 일인지 친구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오케스트라가 잘하는 건 좋은 일이지. 그러나 비싼 돈으로 외국인 연주자를 사다가 소리를 좋게 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작 이것이야말로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사실이었으며 이미 음악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정명훈의 서울시향은 필요할 때마다 외국의 연주자들을 일체의 경비를 부담하면서 초청하여 한국 단원에 합류시켜 연주하게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지휘자라는 말은 있지만 '객원연주자'라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지금 서울시향의 악장은 프랑스 인으로서 프랑스 필하모닉의 악장도 겸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연주가 있을 때만 내한한다. 악장뿐 아니라 단원의 15% 이상이 고액의 외국인 초빙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서울시향의 '소리'가 좋아진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서울시민의 오케스트라'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지 않은가? 



우리를 착잡하게 만드는 진중권과 정명훈  

진중권씨를 비롯한 '정명훈 옹호론자'들은 "고액의 히딩크를 데려왔기에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까지 오르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자국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판정시비까지 일으키며 단 한 번 4강에 오른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히딩크는 외국인 선수들을 사와서 한국팀 실력을 높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예술은 예술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면서 왜 이 경우에는 스포츠의 논리를 가져다 대는지.

"정명훈 가만 놔둬라. 그 만큼 잘났으면, 그 정도 받아도 된다. 예술가가 굳이 정치 입장을 물을 필요도, 그들에게 정치적 입장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진중권)

진중권이 사려 깊다면 최소한 서울시향 문제에 관해서만은 언급을 자제했어야 한다. 아무리 그가 서양음악에 관해 해박하다고 할지라도 그는 이 글의 앞에서 정명훈의 연봉을 문제 삼는 것은 '클래식 사정을 모르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정명훈을 서둘러 옹호한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의 동생 아닌가? 




"그러니까, 당신들이 그 100만 명이나 촛불 들고 거리에서 서서 미국 쇠고기 안 먹는다고 시위하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죠? 40년 전에는 미국에서 뭐 안 갖다 주나 하면서 손 벌리고 있더니, 이제 와서는 미국산 쇠고기 안 먹겠다고 촛불 들고 서 있는 그 사람들.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되는...알았어요. 알았어."(목수정, <레디앙> '경악, 음악가 정명훈이 쏟아낸 말들') 

이것은 지난 2009년 국립오페라 합창단이 해체되기 직전 목수정씨와 합창단원들이 파리의 호텔에 머무르는 정명훈 지휘자를 찾아가 지지서명을 요청했을 때 정 지휘자가 한 말이라고 한다. 지면상 전후 사정을 거두절미했지만 이런 말 속에는 정명훈의 내심이 일정 부분 담겨 있다고 보아 인용한 것이다.

그는 자기 말대로 정말 '음악밖에는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음악밖에는 모른다는 말은 역사나 정치에는 어둡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역사나 정치에 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어야 옳았다.


오마이뉴스





[ 2014-11]


서울시의회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개인활동’ 문제 제기


해외공연으로 서울시향 공연 일방 변경… 승인없이 자선 연주회 등
ㆍ음악계에선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 반론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61·사진)의 개인 활동이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혜경 서울시의원은 27일 “정명훈 감독의 해외공연 때문에 서울시향 공연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계약 위반 여부와 계약서 변경 필요성을 서울시가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정 감독이 지난 9월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단의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오페라단 지휘 요청이 오자 서울시향 공연 3개의 공연일정을 변경하고, 공연 1개는 지휘자를 바꿨다고 밝혔다. 한 공연은 지난 4월 확정돼 이미 700석이 팔린 상태였다. 또 정 감독이 대표이사 사전 승인 없이 자선 순회 연주회를 다닌 사실도 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형주 시의원도 시정질문에서 정 감독이 예술감독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재단 미라클오브뮤직(MoM) 기금을 조성하는 등 개인활동에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미라클오브뮤직은 지난 9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을 열고, 수익금을 음악교육에 지원하기로 했다. 문 의원은 그러나 “MoM 재능기부자에 서울시향 단원 26명이 포함돼 있고, 수익금이 전달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는 정 감독의 아들이 지휘자로 있다”고 밝혔다.



감독의 고액 연봉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2005년부터 10년간 정 감독에게 지급한 보수와 경비가 141억400만에 달하는데, 정 감독은 연평균 3~4개월 정도만 국내에 있었다”면서 “정 감독의 개인활동이 서울시향과 계약을 위반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음악계에서는 클래식 음악계의 관행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문제제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정체성을 만드는 예술감독을 공무원과 같은 잣대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향 공연 변경은 관객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지만, 국내 체류가 짧다거나 고액연봉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만년의 카라얀은 베를린 필에서 1년에 7번 정도만 지휘했다”면서 “예술감독은 단순히 출근부를 찍는 근로자가 아닌데도 일수를 채우지 않았다고 공격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라고 말했다. 자선활동에 시향 단원이 참여한 것도 고전음악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한 2011년 지휘자 연간 수입을 보면 리카르도 무티(시카고심포니)가 217만달러(약 24억원), 샤를 뒤투아(필라델피아)는 164만달러(18억원), 구스타보 두다멜(LA필하모닉)이 143만달러(15억700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정 감독은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를 겸임하고 있어 보수가 결코 과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음악평론가는 “서울시향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하면 돈을 많이 주고 데려올 수밖에 없다. 정 감독에게 주는 돈이 많다고 생각하면 계약을 안 하면 된다”면서 “정 감독은 얼마든지 딴 데로 가겠지만, 서울시향에 그만한 수준의 지휘자가 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계약내용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향이 좋은 지휘자를 가지면서도 낭비되는 요인이 없도록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1272204345&code=620101








2014.12.10



'귀국'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에 대한 조사 착수





`귀국`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에 대한 조사 착수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오케스트라(사진=서울시향).
서울시가 서울시향과 계약사항 부실 문제 등 조사
정 감독 서울시의회 업무보고 불참…무기한 연기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유럽에서의 개인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한 것에 맞춰 서울시가 조사에 착수했다. 정 감독의 복무규정 위반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의회의 특별조사 요구,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문제제기, 감사원의 감사 등이 잇따르면서 정 감독에 대해서도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사내용은 해외공연 지휘를 위한 잦은 출국에 따른 서울시향 일정 차질 문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활동과 관련해 서울시향 단원 출연의 적정성 문제, 서울시향과의 계약사항 부실 문제 등이다. 

서울시의회는 10일 예정된 업무보고에 정 감독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정 감독이 해외초청 연주자와의 리허설 일정 때문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업무보고를 무기한 연기했다. 
정 감독은 그 대안으로 서면 질의를 제안했으나 서울시의회는 규정에 맞지 않다며 거부했고 계속해서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현 규정상 행정사무감사 때 불출석할 경우 과태료를 물지만, 일반 업무보고 때는 불출석해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정 감독은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명훈과 지안 왕’ 공연을 위해 현재 귀국한 상태다
http://ww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