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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츠만효과 (Feltsman effect)====>>인간의 합리성이 가져오는 의외의 결과


펠츠만효과 (Feltsman effect)란?




 

 

자동차가 안전학적으로 진보할 수록 사람들은 그안전을 믿고 오히려 더난폭하게 자동차를 
몰아 사고와 사망자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이르는 말이지만 교통에만 한정할 수 없는 효과이다

 

 



[분수대] '펠츠만 효과'


충돌방지장치, 에어백, 잠김방지제동장치(ABS)…. 이런 안전기술들은 과연 자동차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엔지니어들은 그렇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시각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전장치 개발로 오히려 자동차 사고 및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났다고 한다. 

차의 안전성이 높아지면 이를 믿고 운전자가 더 난폭하게 운전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펠츠만 효과'라 부른다. 처음 주장한 샘 펠츠만 시카고대학 교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펠츠만은 1975년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자동차 사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조사했다. 일단 사고당 사망률은 안전장치 덕분에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사고 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사망률의 하락 효과는 상쇄되고 말았다. 그 결과 안전장치의 의무화가 되레 자동차 사고 및 사망자 수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위험이 낮아짐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속도를 더 내려는 운전자들의 심리 때문이다. 펠츠만은 이를 비용(사고 위험)의 감소에 따라 편익(고속 주행)을 늘리려는 운전자들의 자연스러운 경제행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펠츠만 효과'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핸들에 에어백 대신 수류탄을 달고 다니게 한다고 치자. 사고가 나면 뼈도 못 추린다는 걸 알면 모든 운전자는 서로 조심운전을 할 것이다.

 사고가 났다 하면 사망률은 100%이겠지만 전체 사고 수가 줄어 총 사망자 수는 감소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수류탄을 단 차는 아무도 타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현상이 눈에 띈다. 독재정권 시절엔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하다간 크게 다쳤다. 말에 대한 안전장치, 즉 언론의 자유가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자 이젠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마구 하게 됐다. 특히 함부로 지껄이는 막말 한마디에 정국이 경색되는가 하면 모두들 편을 갈라 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를 막을 수가 없다. 이를 억지로 틀어막으려는 것은 차에 에어백 대신 수류탄을 달자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임과 방임의 균형은 그렇게도 어려운가 보다


인간의 합리성이 가져오는 의외의 결과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새로운 가전제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사노동 해방을 기치로 내건 가전제품 홍보도 무수히 많다. 세탁기, 청소기, 식기세척기와 스탠드형 스팀다리미 등은 대표적으로 가사노동을 수월하게 하는 제품들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가전제품들이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여긴다. 과연 가사노동을 수월하게 해주는 가전제품의 등장이 여성의 가사노동을 감소시켜 줬을까 오늘은 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답은 “아니다”이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루스 코완(Ruth Schwartz Cowan)이 이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였고, More Work for Mother(과학기술과 가사노동, 1985)라는 저서를 통해 분석하였다. 그녀는 가전제품 덕분에 가사노동은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정작 여성의 가사노동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중반에 미국의 각 가정에 세탁기나 진공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이 도입되면서 가사노동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상식과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녀는 그 이유로 두 가지의 주요 원인을 들었다. 


첫 번째는 세탁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빨랫감은 여성의 몫이 아니라 집안의 남자들의 몫이었으나, 세탁기의 등장으로 인해 세탁은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세탁기의 등장으로 청결 기준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두세 번 입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얼룩이 세탁기의 등장으로 세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또한, 일상적인 의류들도 두세 번 입고 세탁하던 것에서 한 번 입고 세탁하는 것으로 일상생활의 방식이 점차 변화하게 된 것이다. 


결국 가전제품의 등장은 가사노동을 수월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도 따라 변화하면서 가사노동의 빈도수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기술혁신 및 주방가전제품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의 주부와 비교하여 현대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세탁기의 등장으로 한 번에 빨래하는 가사노동의 시간은 줄었지만 과거보다 한 가구 당 소유하고 있는 의류나 침구의 수가 증가하고 청결의식이 높아져 세탁을 보다 자주 하게 됨으로써 결국 세탁에 소요되는 시간은 증가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의 안전띠 의무화는 과연 얼마나 안전을 향상시켰을까 보다 많은 운전자와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함에 따라 교통사고에서 치명상을 당할 확률은 크게 낮아졌다. 안전띠는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이나 사망의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운전자들은 전에 보다 조심스럽게 운전하지 않을 확률이 증가하게 되고, 보행자들은 자동차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샘 펠츠만(Sam Peltzman)은 1975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미국에서 발생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 펠츠만의 결론에 따르면 안전띠 의무화를 통해 사고당 사망률은 감소했지만, 사고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운전자의 사망률 거의 변화가 없고, 보행자의 사망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펠츠만 효과(Peltzman effect)라고 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충돌방지장치, 에어백, 잠김방지제동장치(ABS) 등의 안전장치 개발로 오히려 자동차 사고 및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자동차의 안전성이 높아지면 이를 믿고 운전자가 더 난폭하게 운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것의 결과를 예측할 때 다른 요인들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주요한 요인의 변화는 다른 요인들을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만든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개발이나 안전규제가 인간의 합리성에 의해 본래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 신제품 개발이나 정책당국자의 정책구상이 좀 더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