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비 중요성을 부각 시킨 사건
[김부선 난방비사건]
김부선 ‘난방비 비리’ 놓고 난투극…사연은?
김부선 주장은 사실…"난방비 0원인 곳 300건"
배우 김부선도 알았을까? '
[아파트 관리비' 체크포인트5]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배우 김부선(53)씨가 최근 아파트 반상회에 참석했다가 이웃 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는데,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과 얽힌 속사정이 밝혀졌다. 김씨가 수년간 해당 의혹을 제기한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사진은 김씨가 26일 오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거자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꼼꼼히 뜯어보기
아파트 관리비 고시서의 복잡한 항목은 크게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로 나눌 수 있다.
공용관리비는 일반관리비, 경비비, 청소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지능형홈네트워크설비 유지비, 난방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위탁관리수수료 등 10여 가지다. 생소한 용어만 짚고 넘어가면, 수선유지비는 건물의 유지·보수에 쓰이는 비용을 말한다. 주로 규모가 작은 공사비용이나 각종 점검에 드는 돈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건물 외벽 도색, 승강기 교체, 옥상 방수공사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건물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공사와 관련된 비용이다. 위탁관리 수수료는 주택관리업자에게 아파트를 맡긴 경우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개별사용료는 각 가정에서 사용한 금액이다. 전기, 난방, 수도 등에 관한 사용료인데, 이는 본래 사용자가 납부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편의상 관리주체가 납부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2. 무조건 줄이기보다 새는 틈 찾기
아파트 관리비의 상당 부분은 공용관리비인데, 그 중 지출이 많은 항목은 일반 관리비다. '관리사무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직원의 인건비와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사무 비용, 공과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일반관리비는 무조건적인 절감보다 새는 항목을 잘 살펴봐야 한다. 관리소 직원 등에 대한 인건비를 깎는 건 관리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대신 경비·청소 용역 업체와 계약한 금액이 근로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누수나 부풀리기가 없는지 살핀다. 특히 용역회사에서 미화원·경비원들에게 4대 보험료를 지급한다고 해놓고 어기는 건 아닌지, 청소용품 구입비와 같은 물품 구입비를 부풀린 건 없는지 등 운영상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3. 하나부터 열까지 투명하게 만들기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집중된 권한 때문이다. 대부분 아파트의 각종 공사·용역 계약은 위탁관리 업체가 입찰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건 입주자대표회의의 일이다. 각종 공사나 계약과 관련한 일감 몰아주기, 단가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끊임 없이 발생하는데 ‘입주민대표자-위탁관리업체-공사·용역업체간’청탁과 비리 사슬을 끊어야 한다.
결국 입주민들이 관리비 집행 절차를 투명하게 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일단,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공사의 계약을 할 때는 반드시 공개 경쟁 입찰을 실시하고, 입찰시 동대표나 입주민이 참여해 감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 더, 관리비 집행 내역은 철저한 회계 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통해 과거 잘못된 집행사례를 찾고 개선한다면, 회계감사에 들어간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 관리 주체는 매년 관리비와 관련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것을 의무화했다.
기사보기▶ ‘아파트 권력’ 입주자대표회의, 비리와 갑질… 주민관심이 첫 해법 (한겨레)
4. 아파트 관리비 사용내역 조회하기
아파트 관리비 비리, 찝찝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리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아파트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파트 관리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9년부터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http://www.k-apt.net)'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도 올해부터 '서울시 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http://openapt.seoul.go.kr)'을 구축해 관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두 곳에서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뿐 아니라 이웃 아파트의 상세한 관리 정보를 볼 수 있어서, 단지별 비교도 가능하다.
특히 아파트 관리비의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공용관리비 부과 기준과 쓰임새를 알 수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공사·용역 발주 시 공사용역 계약 전 과정을 통합정보마당을 통해 공개해 가격 부풀리기나 담합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5. 아파트를 함께 사는 공동체로 만들기
궁극적인 목표는 아파트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개 시범단지를 선정해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마을공동체 사업'을 실시했다. 참여 아파트들은 공용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공동시설에 태양광 발전시스템과 우수 재활용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수선유지 공사 입찰을 투명화 하는 데 집중했다.
세대별 관리비를 아끼기 위한 주민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교육도 했다. 사업을 진행한 송주열 아파트 선진화 운동본부장은 "아파트가 재산 늘리기의 수단이 아닌 주거공간이자 이웃과 소통하는 장소로 거듭난다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로가기 ▶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길라잡이
한국일보
http://blog.63realty.co.kr/456
[관리비, 우습게 보다 '億수'로 당한다]
소중한 관리비가 알 수 없는 용도로 쓰이고 몰래 누군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면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이보다 더 열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관리비로 제 잇속을 챙기고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이들은 어떤 수법들을 동원할까.
대한민국 아파트라는 정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답을 찾고자 마련한 기획연재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이번 시간에는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한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관리비, 아파트 비리의 온상
지난달 26일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한 아파트 관리소장 A씨는 하자보수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관리비 1억3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적발됐다. 같은 날 파주지역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사무소직원 B씨가 모 용역업체 대표이사와 짜고 일명 ‘공차(空車) 돌리기’ 수법으로 이 아파트 정화조의 분뇨수거량을 부풀려 4800여만원을 몰래 빼돌려온 것이 들통 났다.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관리비 횡령 등 아파트 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164건을 적발, 관련자 581명을 검거하고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횡령·금품수수액만 64억원에 달했다. 한집 걸러 한집꼴로 관리비 비리가 벌어진다는 말이 괜한 것만은 아니다.
아파트에서 가장 널리 퍼져있는 비리 중 하나는 ‘공사’다. 아파트가 완공된 후에도 공사는 끝나지 않는다. 하자나 파손이 발생하면 보수를 해야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생긴다.
아파트에서 이른바 ‘돈세탁’을 통해 자금을 만들고 챙기기에 가장 손쉽고,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공사업체와 결탁하는 것이다. 널리 쓰이는 방법은 ‘공사비용 뻥튀기’다. 자재의 양이나 질을 속이거나 인부의 수를 속이거나 하는 식이다. 필요한 공사에 불필요한 공사를 슬쩍 끼워 넣어서 규모를 부풀리는 방법도 있다.
공사에 관련된 비리가 만연한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물론 있다. 총 액수가 200만원이 넘는 사업의 경우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업체를 결정하게끔 돼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이런 장치는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근 서울의 C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관리사무소가 3억원짜리 공사를 190만원짜리 공사 150여건으로 쪼개 수의계약을 해버리는 식으로 리베이트비용을 챙기다 적발된 바 있다.
덩치가 더 큰 경우에는 입찰담합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공사를 맡기로 낙점을 받은 업체가 공개입찰에 필요한 최소 업체 수만큼 다른 업체를 섭외하고 미리 입찰가를 짜고 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입찰가를 보면 사이좋게 몇만원씩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인천의 D아파트의 경우 이러한 담합을 위해 아예 입찰공고를 엉뚱한 사이트에 내서 눈에 띄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담합업체와 관계없는 다른 업체가 입찰에 뛰어들 것을 미연에 방지한 차원이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 김모씨는 “그래놓고서는 ‘공고를 했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지난해 7월부터는 국토교통부를 통해서 입찰공고를 낼 수 있게 바뀌어서 이러한 수법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물론 입대의의 서류심사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과정에서부터 차단이 가능하다.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저자 김효한 대표는 “입주민은 입찰공고 등과 관련한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보장돼 있으며, 만약 열람을 거부하는 관리사무소나 입대의는 의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1/n의 함정에 걸려들지 말 것
공사대금처럼 한번에 거액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관리비 내역에서 보통 별 생각 없이 지나가는 항목으로는 ‘장기수선충당금’이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디가 어떻게 망가질지 모르니 미리 걷어두는 차원에서 모으는 관리비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금액은 제곱미터당 87원. 전용면적 105㎡ 기준으로 9135원이다. 가구당 매달 이 돈을 적립한다면 1000가구 아파트에서 매월 적립되는 금액은 900만원 이상이다. 1년이면 1억원이 훌쩍 넘는다.
1년에 1억원짜리 공사를 매년 하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 터. 최근엔 이 금액을 최대한 많이 걷어 보수업체나 공사업체와 결탁한 뒤 ‘한방에 해먹고’ 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금씩 오랫동안 모아놓은 돈이기 때문에 없어져도 입주민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전기료 조작 역시 부패한 아파트 단지의 가장 흔한 수법 중 하나다. 한국전력과 아파트 단지가 단일계약을 체결한 경우, 한전은 아파트 전체 사용량을 가지고 총액만 계산해서 단지에 통보한다. 개별가구별로 사용량을 분리해서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입대의와 관리사무소가 결탁할 경우에는 갖가지 방법을 써먹을 수 있다. 입대의 임원들이 내야할 전기료를 다른 가구들에게 조금씩 전가해서 임원들은 전기료를 거의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아파트 잔디밭 안에 심어진 나무들도 관리비로 산 것들이다. 보통 나무의 지름은 R로 표기하는데 50R(지름 50cm)짜리 장송의 가격은 한 그루에 1000만원에 이른다. 반면 35R짜리 소나무 가격은 500만원이다. 무려 두배가 차이나지만 보통 사람들은 50R과 35R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나무는 한그루의 값이 비싼 만큼 마음만 먹으면 상당한 돈을 빼먹을 수 있는 관리 대상이다. 단지에 심어져 있는 나무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동통신사 중계기 설치나 쓰레기 분리수거는 ‘몰라서’ 당하기 쉬운 부분이다. 중계기를 설치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입주민이 돈을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업체 측에서 아파트 단지에 돈을 준다. 두가지 모두 민간업체의 이득이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아파트 공간을 사용하는 쪽에서 지불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적정가격이나 시세를 알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비리가 끼게 될 확률이 높다.
청렴한 관리비 실천으로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의 E아파트 입대의 관계자는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은 아파트 관리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몇천원쯤, 혹은 몇만원쯤 된다고 간과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입대의와 관리사무소를 감시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관리비가 새고있다
[관리비 비리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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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아파트 관리비 새고 있진 않나요]
[공사업체→위탁관리업체→입주자대표·棟대표 뇌물 오가… 利權 놓고 '부패 복마전']
- 지하실부터 옥상까지 '검은거래'
"1억 공사땐 관리소장 200만원, 입주자대표 500만원 주고
동대표들에겐 50만원씩 돌려" 업체에 술값·행사비 협찬 요구도
"오죽하면 입주자대표는 집 사고 棟대표는 車 뽑는단 말 있겠나"
서울 성북구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심모(44)씨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지하 주차장 조명 교체 공사에 응찰한 업체의 이사였다. 이 업체는 공사비 견적을 5억원으로 써냈다. 그런데 그 10%인 5000만원을 줄 테니, 공사를 맡게 해달라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심씨는 업체의 제안을 거부하고 원칙대로 공사를 경쟁입찰에 부쳤다. 몇 차례 유찰 끝에 이 업체가 제시한 5억원의 3분의 1도 안 되는 1억3500만원에 공사를 마쳤다.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아파트의 동대표도 심씨와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작년에 방수·도색 공사를 하는데 업체 사람이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나자고 하더니, 양복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상품권 다발을 꺼내놓더라…."
국민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자 보수 공사, 용역 사업, 알뜰 시장 판매권 등 각종 이권(利權)을 둘러싸고 일반 주민들 몰래 '뒷돈(민간 뇌물)'이 오가는 비리의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서울지방경찰청은 전국 아파트 단지 400개를 위탁 관리하는 회사 대표 김모(73)씨를 구속했다. 자기가 관리하는 아파트에 용역 도급을 주는 대가로 경비·환경미화·소독·방재 업체 등 9개 용역 업체로부터 7억8600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김씨는 관리소장을 취직시켜 줄 때도 돈을 받았다. 관리소장 49명이 1인당 수백만원씩 1억4700만원을 김씨에게 줬다. 김씨는 이렇게 받은 돈 가운데 2억4800만원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10명의 호주머니에 넣어줬다. 위탁 관리 계약을 지속하는 대가였다.
김씨에 대한 수사는 용역 업체→위탁 관리 회사→주민 대표로 이어지는 아파트 뒷돈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또 일부 위탁 관리 회사가 '위탁 수수료 0원' 조건을 내걸고서라도 아파트 관리 계약을 따내려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수억~수십억원이 들어가는 하자 보수 공사 때 오가는 뒷돈은 규모가 더 크고, 전달 경로도 다양하다. 보수공사가 벌어지는 지하실부터 옥상까지 뒷돈이 오가는 검은 거래에 오염돼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비리를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동대표 하면 새 차가 한 대 생기고, 입주자대표회장을 하면 집을 한 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11년 감사원 감사 때는 아파트 동대표 4명이 배관 공사 업체로부터 23차례에 걸쳐 3320만원을 받아 적발됐고, 같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2명이 12차례에 걸쳐 13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노래방비와 술값을 협찬하라" "동대표에 나가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대놓고 돈을 요구했고, 업체가 돈을 주지 않으면 공사를 못 하게 훼방을 놓기도 했다.
본지와 만난 대전의 아파트 동대표는 "1억원짜리 공사를 한다면 최소 10%인 1000만원이 뒷돈으로 뿌려진다고 보면 된다"며 "이 경우 입주자대표 500만원, 관리소장 200만원, 동대표 5~6명에게 50만원씩 돌리는 게 공식(公式)처럼 돼 있다"고 전했다.
보수공사 외에도 아파트 화재보험 가입을 대가로 입주자대표들이 보험사로부터 '보험 가입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아파트 알뜰 시장에서 물건을 팔게 해주는 대가로 부녀회 관계자 등이 '입점비'나 각종 행사 스폰서를 요구하는 것도 관행처럼 돼 있다.
본지가 입수한 대전의 아파트 입주자대표 모임 창립 기념행사 결산 보고서에는 관리 업체, 하자 보수 업체, 재활용품 수거 업체 등 20여곳이 30만~100만원씩 1130만원을 모아 준 '찬조금' 내역이 기록돼 있었다. 810만원이 든 행사를 치르고도 300여만원이 남을 정도였다.
아파트 단지에 횡행하는 뒷돈 거래는 주민들에게 관리비 부담으로 전가된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를 적발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중구의 대형 단지 동대표를 했던 안모(57)씨는 "비리를 들춰내면 그 사람만 왕따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선닷컴
[입주자대표 선거 관련 분쟁, 서울서만 2년간 2300건]
선거 결과에 불만 품은 주민들, 투표함 탈취하고 불태워
서로 "내가 당선자" 주장하며 '한 지붕 두 대표' 사태도
4명이 終身 동대표 노려 규약 고치고 돌아가며 회장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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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함 탈취… 작년 12월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주민이 동대표 투표함을 들고 달아나는 모습. /해운대경찰서 제공
아파트 CCTV(폐쇄회로TV)에는 주민 조모(48)씨 등 여럿이 투표함을 들고 건물 밖에 주차한 차로 실어나르는 장면이 잡혔다. 경찰은 이 일에 가담한 14명을 입건해 7명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동대표 선거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경비원을 밀치고 창고 문 자물쇠를 부순 뒤 투표함을 탈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작년 9월엔 경기도 양주시 덕정주공5단지 아파트에서 주민 전모(44)씨 등 4명이 입주자대표를 뽑는 선거 투표함 4개를 가져다 불태운 일도 있었다. 역시 주민 대표 선거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의 생활 터전인 아파트가 주민 대표(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 선출을 둘러싼 각종 분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서너 곳 중 한 곳은 분쟁 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3800여 단지가 있는 서울시는 2011년과 2012년 주민 대표 선거와 관련한 민원이 1885건, 선관위 구성 관련 민원이 431건 접수됐다. 보수공사와 관리비 집행, 관리사무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입주자대표·동대표의 막강 권한이 분쟁의 원인이다.
◇"1표 차 수긍 못 해" 한 지붕 두 대표
5600여가구가 사는 서울의 대표적 대단지인 송파구 잠실 E아파트에서 지난달 9일 실시한 입주자대표 선거에선 292표 대 291표, 단 1표 차가 났다. 아파트는 1표를 더 얻은 조모(47)씨가 당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표 뒤진 이모(54)씨가 재검표를 요구했고, 그 결과 당락(當落)이 뒤바뀌었다. 조씨가 얻은 표 가운데 1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관리 규약에 따라 연장자인 이씨가 당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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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선거 보는 듯… 지난달 9일 입주자대표 선거를 치른 잠실 E아파트 입구에 후보자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당락을 가름하는 1표의 효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1·2위 득표자가 지금까지도 서로 입주자대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1% 票 못 얻고도 입주자대표 된 '선거의 귀재'… 종신 동대표도
주민 대표 선거엔 정치판 뺨치는 선거 기법도 동원된다. 2011년 11월 충남 천안의 C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모씨는 주민 서모씨에게 "둘이 함께 출마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출마자 없이 단독 출마하면 주민 10%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씨가 중도 사퇴하는 것으로 미리 짰다. 그러면 '10% 득표 규정'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약속대로 서씨는 투표 당일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사퇴했다. 서씨의 사퇴로 김씨는 4100여 가구 중 1%도 안 되는 33가구의 지지를 받고도 입주자대표가 됐다. 그러나 일부 동대표의 반발로 소송까지 벌어지면서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올 1월 15일 "김씨가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침해했다"며 당선 무효 판결을 내렸다.
2011년 감사원 감사에선 서울 노원구의 J아파트 동대표 4명이 자신들이 종신(終身) 동대표를 할 수 있도록 관리 규약의 출마 연령 규정 등을 고친 뒤 입주자대표회장을 돌아가며 맡아 각종 비리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용역 직원까지 동원해 세(勢) 싸움
서울 강남의 대표적 대단지 아파트인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에선 몇 해 전 용역 직원 수십 명이 주민 회의에 동원돼 회의가 아수라장이 됐다. 재건축을 둘러싼 아파트 동대표들 간의 갈등 때문에 일부 동대표가 동원한 용역 직원에 의해 다른 동대표들이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하면서 심한 몸싸움까지 빚어졌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아파트 주변에선 "재건축이 되면 아파트 주민 대표가 수조원 규모의 재건축 사업 조합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생결단식 다툼이 생긴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아파트 비리 척결 운동본부 송주열 회장은 "아파트 주민 간 분쟁은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선거 때 표를 의식해 발을 빼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전국 아파트 65%가 위탁관리… 주민대표와 결탁한 악덕업체, 非理의 한 축으로]
-한 입주자대표의 지옥 같던 2년
위탁업체 바꾸려다 소송戰 회의 때 용역에 끌려나가기도
-관리업체·주민대표 부패 사슬
청소·소독·경비로 부수입 7억 받아 주민대표에 2억 뒷돈… 180곳은 등록않은 영세업체
양측의 대결은 마치 역사 드라마에 나오는 공성(攻城) 장면 같았다. 3층인 관리사무소로 들어가는 1층 입구가 봉쇄되자 주민들은 사다리차에 올랐고, 용역 직원들은 철조망을 설치했다. 소화기가 주민들의 접근을 막는 무기로 둔갑했고, 용역 직원들은 시위 진압용 방패까지 들었다. 사건 현장은 산산조각 난 유리창 파편과 내동댕이쳐진 집기들로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2시간여 만에 경찰이 출동해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사단은 아파트 주민들이 당초 아파트를 위탁 관리하던 S사를 다른 업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겼다. 주민들은 S사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주자대표회의가 2011년 S사와 위탁 관리 재계약을 하자, 주민들이 나서 입주자대표를 몰아낸 뒤 다른 관리 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S사가 1인당 일당 18만원씩을 주고 용역 직원들을 고용해 관리사무소를 점거한 것이다. 사태 대응이 늦었다는 책임을 물어 군포경찰서장까지 경질한 경찰은 S사 임직원들과 용역 직원들을 형사 입건했다.
#2. 대구의 T아파트 입주자대표였던 김모(67)씨는 위탁 관리 업체(관리사무소), 업체 편을 드는 일부 동대표와 치른 '전쟁'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는 2011년 2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됐다. 42년간 교편을 잡았던 그는 "정년 퇴임한 뒤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18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인 이 아파트는 대구의 위탁관리업체인 M사가 10년째 관리를 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업체가 일부 주민대표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김씨는 '투명한 아파트 관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선 직후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아파트에 '당선 무효, 차점자 ○○○ 당선' 공고가 붙었다. 김씨가 아파트 내 테니스동호회장을 맡고 있어 겸직은 불가하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김씨는 법원에 직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이겼다. 하지만 관리업체(관리사무소)와 일부 주민은 거듭해서 소송을 내고, 다른 사람을 '회장 직무 대행'에 앉혔다.
모든 소송이 정리된 것은 올 1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김씨의 회장 임기 2년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 사이 소집된 임시 입주자대표회의 때 김씨는 관리 업체가 동원한 용역 직원 10여명에게 질질 끌려나왔다. 김씨는 그때 일로 40여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파트 비리에는 악덕 위탁 관리 업체도 한몫한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아파트 863만가구의 65%가량인 560만가구가 위탁 관리를 한다.
위탁 관리 업체는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과 직원을 파견하는 대가로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받는 위탁 수수료가 수입원이다. 청소·경비·소독, 승강기 관리나 보수공사는 관리사무소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별도 계약을 맺기 때문에 위탁관리업체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실제 상당수 위탁관리업체는 청소·경비·소독·보수공사 업체 등을 따로 운영하면서 부패한 입주자대표·동대표들과 결탁해 부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0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 때는 위탁관리업체가 경비·소독업체 등으로부터 7억8600만원을 받아 이 중 2억4800만원을 주민대표들에게 뒷돈으로 주었다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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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소 점거한 관리업체, 철조망 치고 문에 막대기 걸고… 지난 2011년 9월 말 경기도 군포시 R아파트에서 주민과 아파트 관리업체가 고용한 용역 직원들이 충돌을 빚고 있는 장면. 관리사무소 건물을 점거한 용역 직원들은 주민들의 진입을 막고(위), 주민들이 건물 옥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철조망을 치거나(왼쪽 아래), 1층 출입구에 막대기를 걸어 봉쇄했다(오른쪽 아래). /외부 제공
대형 업체끼리는 입찰 때 담합도 한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선 30만~3만가구를 위탁 관리하는 업계 1~10위 회사들이 입찰 때 서로 들러리를 서주거나 사전에 입찰 가격을 알려준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8900만원을 부과받았다.
조선닷컴
주민 편의시설·입주자대표회의… 곳곳서 관리비 유용]
- 감독해야 할 입주자대표가…
쓸데없는 회의 명목 만들어 회의비 타간다는 민원 줄이어
서울 1258개 아파트 단지 중 5.6%만 매년 외부 회계감사
- 어느 아파트 헬스장
장부엔 3년간 4만장 구입 기록… 남아있는 타월은 8500장뿐
사무소 직원, 일부 무단 유출도
서울 강남의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었던 방모(65)씨는 최근 회장직에서 해임됐다.
해임 이유는 '물품 대금 결제를 거부하는 등 아파트 관리 업무 진행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씨는 자신이 회장을 하면서 관리비 횡령 등 아파트의 비리 문제를 들춰내는 것을 꺼린 쪽에서 주도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는 작년 2월 회장이 되자마자 아파트 관리 업무에 대한 내부 감사를 벌였다고 한다. 본지가 입수한 감사 자료에 따르면 증빙이 없는 지출이 상당수 발견됐다. 방씨는 특히 관리비로 운영되는 주민 편의 시설의 소액 지출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보수공사나 경비·청소비처럼 수억~수천만원씩 되는 덩치 큰 지출만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도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 이용 헬스클럽 타월, 어디 갔나 봤더니…
방씨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 편의 시설 내 커피숍은 2011년 1억6100여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했다고 회계장부에 기재했다. 하지만 이 중 2900만원가량의 거래명세서가 없었다고 한다. 예컨대 회계장부에는 그해 3월 167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했다고 돼 있지만 실제 거래명세서는 500여만원어치뿐이었다는 것이다. 방씨는 "아이스크림 구매비와 판매 실적을 맞춰보니 150만원이 비길래 추궁했더니 '(그 아이스크림은) 직원들끼리 먹었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쓰는 타월 행방이 묘연했다. 회계장부에는 지난 3년간 4만1900장을 구입했다고 돼 있지만 남은 타월은 8500여장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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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철원 기자
그런데 이 아파트 주민이 경기도 일산의 다른 아파트에 갔다가 그곳 헬스클럽에서 B아파트 헬스클럽 로고가 찍힌 타월을 쓰고 있는 것을 목격해 방씨에게 신고했다. 조사해보니 2010년 9월 관리사무소 직원이 입주자회의의 허락 없이 타월 500장을 무단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빌려준 타월을 1년이 지나도록 돌려받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타월 세탁업체 대표가 "뒷돈을 요구해 주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주민 편의 시설 직원 K씨를 형사 고소한 일도 있었다. K씨는 해고됐다.
이에 대해 현 입주자회장인 L씨는 "아이스크림이나 타월 유출문제는 사실이지만 있을 수 있는 실수여서 배상시켰다"며 "커피숍 거래명세서가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 유흥비, 일하지도 않는 선관위 활동비로도 줄줄
관리비의 올바른 사용과 집행을 감독·감시해야 할 입주자대표들이 관리비를 유용하는 일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M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들이 선물비, 유흥비, 사우나비 등으로 관리비를 부당 전용한 일로 입주자대표 출신끼리 형사재판이 벌어졌다. "전직 동대표들이 회식비로 98만원, 선물비로 66만원, 사우나·노래방·야유회·경조사 비용으로 200만원 등 관리비 600만원가량을 유용했다"고 폭로한 전직 입주자대표 옥모(42)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월 말 2심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사용 내역을 보면 실제 그 같은 지출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강남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동대표를 했던 강모씨는 본지에 "입주자대표들이 술 마시고 회식을 하는 데 관리비를 쓰길래 항의했더니 '이런 맛이 없으면 우리가 왜 이걸 하느냐'고 도리어 큰소리를 치더라"고 제보해 왔다.
서울시에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는 "입주자대표들이 쓸데없는 회의 명목을 만들어서 회의비를 타간다"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경기 광명의 아파트 주민 신모(43)씨는 "아파트 선관위는 동대표 선거가 있을 때만 활동하는데도 운영 경비로 매달 40만원씩 연간 480만원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비 집행을 제대로 감사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2011년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시 1258개 아파트 단지 중 매년 외부 회계 감사를 실시한 단지는 70곳(5.6%)에 불과했고, 3년간 한 번도 감사를 안 한 단지가 56.3%(709곳)에 달했다.
조선닷컴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강남구 28개 단지, 2008~2009년 전기료 22억원 낭비]
- 住民 모른다고 무책임하게 계약
한국전력과 비싸게 계약한 곳 監査 해보니 서울 40% 넘어
관리소들 "더 걷힌 전기료로 공용 전기료 줄여줬다" 해명
경기 안성 住民, 반환訴 승소 "가구당 최대 19만원 지급하라"
이 아파트는 가구별 전기 사용량과 공용 사용량 구별 없이 단일 요금 방식으로 계약하는 것이 가구용과 공용을 구분해 매기는 종합 계약 방식보다 가구당 월 8000원가량씩 전기료가 싸게 먹힌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측은 "남은 돈으로 공용 전기료(가로등이나 엘리베이터 등에 사용되는 전기료)를 면제하거나 깎아줬다"며 "단일 계약 방식은 전기를 많이 쓰는 일부 가구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어서 주민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 서울 강남의 R아파트 단지는 지난 2월 전기요금 검침비(檢針費)를 감사했다. 이 아파트에선 중앙 처리 시스템으로 자동 검침이 이뤄져 한국전력으로부터 월 100만원 안팎의 검침비가 아파트 통장으로 매달 들어온다. 그런데 2009년부터 한전이 지급한 검침비 4000여만원을 당시 관리소장 등이 인출해 간 것으로 자체 감사에서 밝혀졌다. 감사를 한 주민 최모(공인회계사)씨는 "검침비는 아파트 수입이기 때문에 입주자회의 허락을 받아야만 지출할 수 있다"며 "무단 인출해간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전직 관리소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아파트 관리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27.5%)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요금이다.
연간 전체 아파트 관리비 12조원 가운데 3조원 이상이 전기요금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요금 부과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무지(無知), 이를 악용한 일부 관리 주체의 눈속임 비리로 안 내도 될 돈이 줄줄 새고 있다.
2011년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 시내 817개 단지 중 340개(41.6%) 단지가 전기 공급 계약 방식을 잘못 택해 2년간 전기요금 161억원을 더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단지에선 관리사무소가 "번거롭다"며 더 싼 방식으로 변경하지 않아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감사원은 말했다. 경기도 안성과 부천에선 주민들이 관리 회사를 상대로 '전기료 반환 소송'을 내서 승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안성의 아파트 입주민 20여명이 낸 소송에서 "가구당 17만~19만원과 연체료 손해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방법을 변경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아 4년간 5800여만원을 부당하게 쌓아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동 검침이 이뤄지는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등이 검침을 하면서 가구별 사용량을 부풀려 전기요금을 더 걷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주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검침을 조작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조선닷
서울 아파트 56%는 3년간 외부 회계감사 한 번도 안 받아]
내부서 하는 건 '무늬만 감사' - 대부분 회계지식 없는 문외한
횡령 사실 있어도 눈뜨고 당해… 일부 "좋은 게 좋다"며 눈감아
일부 부도덕한 회계법인도 문제 - 입주자대표·관리소장에 찍혀
아파트 회계 일감 끊길까 봐… 보내온 자료 그대로 도장 '쾅'
이런 돈 말고도 관리사무소 통장에는 이사 간 주민들이 착각해서 더 낸 관리비가 있었다. 관리비 자동이체를 해지하지 않아 들어온 돈이다. A씨는 70여 가구에 1507만7620원을 돌려준 것처럼 회계 프로그램에 기록했지만, 실상은 착복했다.
C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매달 관리비 결산 서류를 들여다봤지만 A씨의 횡령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동대표 가운데서 뽑는 아파트 감사(監事)는 기초 회계 지식이 없었다. A씨가 취직한 지 8개월 만인 작년 3월 외부 회계 법인이 아파트 회계 프로그램과 장부를 맞춰보자 A씨가 2672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2. 올 초 서울 B아파트 주민들은 외부 회계감사(監査)를 받기로 했다.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은 갖가지 이유를 대 미뤘다. 하지만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감사를 이끌어냈다. 2년치 회계 자료를 분석하는 조건으로 회계 법인에 70만원을 주기로 했다. 주민들은 감사 첫날 아파트에 온 회계 법인 직원에게 "작은 문제도 지나치지 말고 제대로 감사해 달라"며 자체 조사한 내용을 건넸다. 그런데 직원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복잡한 일에 휘말리기 싫다"며 자리를 떴다. 주민들의 외부감사 시도는 이걸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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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강변 아파트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1000만호(戶), 거주자 3000만명’ 시대가 몇 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연간 12조원이 넘는 아파트 관리비 회계는 고장 난 감사 시스템 때문에 짙은 안갯속,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성형주 기자
감사원이 서울시 1258개 단지를 표본조사한 결과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곳은 70개 단지(5.6%)에 불과했고, 709개 단지(56.3%)는 최근 3년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회계 법인에 맡겨도 큰 소득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파트의 최고 권력자인 입주자대표 눈치를 보느라 엉터리 감사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회계 법인도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 업계에선 이런 보고서를 '붕어빵 감사 보고서'라고 부른다.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선 재작년 처음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다. 입주자회의가 의결했다. 비용은 40만원이 들었다. 아파트 회계감사를 하려면 서류 분석 등에만 2~3일은 걸린다. 통상 회계 법인 직원이 2명 정도 나와서 직접 영수증 등을 뒤져보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감사 보고서에는 공인회계사가 도장을 찍어야 한다. '40만원짜리 감사 보고서' 작성 과정에선 이런 과정이 상당 부분 생략됐다. 수박 겉핥기식 감사였던 것이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의 '면죄부(免罪符)'로 활용됐다고 일부 주민은 말했다. 한 주민은 "회계 법인이 '적정' 의견을 낸 감사 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권용찬 회계사는 "일부 부도덕한 회계 법인은 아예 관리사무소가 이메일로 보내 준 회계 자료를 통째로 붙여서 감사 보고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같은 회계사로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붕어빵 감사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회계 법인에도 '이유'는 있다.
다음에도 일감을 따내려면 입주자대표나 관리사무소의 신경을 거슬러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 회계 법인 관계자는 "감사 보고서에 모든 것을 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곧이곧대로 관리비 비리 문제를 감사 보고서에서 지적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곤욕을 치른 회계사도 있었다. 몇 년 전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를 감사하면서 하자 보수금 14억원이 부당하게 쓰인 사실을 지적했던 회계사 K씨는 "관리소장이 주변 관리소장들이나 협회에 음해하는 바람에 한동안 아파트 회계감사 일감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서울 대단지 관리비만 年100억… 웬만한 中企 규모
보수공사 결정권 갖고 관리사무소 人事도 좌지우지
장씨가 이사 온 이유는 1700여가구가 사는 Y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이 되기 위해서였다. 이사 오자마자 장씨는 '나와바리(구역) 접수 작전'을 개시했다. '동생'들을 거느리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 "죽여버리기 전에 입주자대표(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협박하고, 항의하는 주민 대표들에겐 주먹세례를 퍼부었다. 일부 동대표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집으로 찾아가 물건을 때려 부쉈다. '강공(强攻) 전략'이 안 먹히자 영천시청에 "동대표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민원을 넣는가 하면, 회계법인에 돈을 주고 "동대표들 비리를 찾아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영천시의 고소로 지난 2월 장씨를 구속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자리가 무엇이길래 조폭까지 탐냈을까.
입주자대표회의는 각종 보수공사비와 관리비 집행을 의결하고 관리사무소 직원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아파트의 최고 권력 기구다. 서울의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연간 걷히는 관리비만 100억원이 넘는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부럽지 않은 규모다.
비리와 부정에 물든 입주자대표회장이나 동대표들이 노리는 '금고(金庫)'로는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수공사비를 둘러싼 뒷돈, 수억~수십억원씩 쌓여 있는 아파트의 목돈인 '장기수선충당금'도 있다. 아파트 비리 먹이사슬 구조의 맨 꼭대기에 입주자대표들이 있는 까닭이다. 조폭 장씨가 탐낸 Y아파트도 연간 관리비만 10억원이 넘는 단지였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자신이 입주자대표회장을 맡고 '동생'들은 동대표를 시킬 심산이었다고 한다. 장씨는 아는 사람 몇몇에게 "내가 입주자회장이 되면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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