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MB 정부 시절 해외 자원 외교 사업의 하나로 사들인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의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날·NARL)을 인수 5년 만에 커다란 손실만 남기고 헐값 매각했다.
2009년 당시 인수액 1조1000억 원, 이후 추가 시설 투자와 운영비 손실 1조56억 원이 들어간 NARL은, 미국 상업은행 실버레인지(SilverRange)에 200억 원 안팎으로 최종 매각 결정됐다.
13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의 노영민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치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매각 대금 200억 원은 현재 이 정유 공장에 남아있는 재고(기름) 정도만 인정 받은 결과다. 석유공사는 재고 물량에 대해 550여억 원의 매각가를 인정 받았고, 191만4000제곱미터(58만 평)의 부지와 추가 비용이 들어간 시설물은 단 한푼의 가치도 인정 받지 못했다.
노 위원장은 "매입 이후에도 4억3000만달러가 추가 투입된 NARL 시설물의 가치가 고철 덩어리보다 못하다는 것을 매각·매입 양측이 인정했다는 것으로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NARL의 전문평가기관 아틀랜틱 리얼리티 어드바이저(ARA)는 NARL의 토지 가치를 77억 원으로 평가했었다.
반면 석유공사는 매수자의 매입 조건인 시설물 개보수 등의 정산 비용 550억 원과, NARL이 안고 있는 부채 7260억 원을 부담하게 됐다.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자산·시설 가치는 전혀 인정받지 못한 채로 석유공사에 막대한 빚만 쌓아올린 꼴이다.
"전례 없는 최악의 국부 유출…반드시 국정조사 해야"
이처럼 매입·투자 금액의 100분의 1토막으로 팔려나간 NARL 인수 사업에 대해 노 위원장은 "정권 실세의 개입으로 비롯된 최악의 국부 유출사건"이라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최근 석유공사를 상대로 했던 국정감사에선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인수 조건을) 직접 보고했다"고 증언한 일이 있었다. 당초 계획했던 하베스트뿐 아니라 그 자회사인 NARL까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석유공사법상 정유업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지경부 장관의 해석 및 지시가 필요했단 얘기다.
2009년 NARL 인수 당시 석유공사가 '메릴린치'라는 자문사를 선정했던 과정과 경위도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메릴린치는 석유공사가 평가에 올렸던 10개 자문사 중 계량 평가에서는 공동 5위에 머물렀으나 비계량 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는 끝에 자문사가 됐고, 이 회사의 자문을 받아 석유공사는 NARL 인수를 진행했다.
노 위원장은 "메릴린치의 당시 서울지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당시 정권 실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찬 씨"라며 "전·현직 정권 실세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2조 원의 국민 혈세가 유출된 것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2조 날린 NARL…“어쩔 수 없이 샀다, 실체 못밝혀”
석유공사가 2조원에서 사서 100분의 1인 200억원에 팔아치운 캐나다 정유기업 날은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된 MB 정부 자원외교의 실제 사례입니다.
석유공사가 2009년 날을 인수하기로 할 당시의 이사회 회의록에서 뉴스K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강영원 사장은 “자신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산다, 실체를 밝힐 수 없는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로 이사들을 설득했습니다.
강신혜 피디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뉴스K가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2009년 10월 29일 한국석유공사의 이사회 회의록은 MB 정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건이 승인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회의록 말미에서 강영원 당시 사장은 대규모 인수 사업이 정부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음을 밝힙니다.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의장)]
“금 현재 그려져 있는 것처럼 이렇게 되어 있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계획대로 따라가고 있고요.”
당시 주무 부처 지식경제부의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책임론이 불거지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는 공사의 자체 판단이었다고 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원래의 인수 계약에 하베스트 정유 자회사인 ‘날’을 추가하면서 12억 캐나다 달러, 당시 환율로 1조 6천억원의 거액이 더 들어가게 됐지만 기본적인 사업성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담겨 있습니다.
정유회사의 핵심인 리파이닝, 즉 정제 기술이 전무한 석유공사이기 때문에 사장부터 이 부분을 우려한다고 시인했습니다.
강영원 사장은 “정제 전문기술에 대해서는 사실 아킬레스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자신이 없는 부분인게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의장)]
“Refinery(정제공장) 전문기술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사실은 좀 아킬레스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자신이 없는 부분인 게 이거를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됐다.”
갑작스럽게 정유회사까지 사들이면서 실체를 밝힐 수 없는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의장)] “Refinery 실사하는 과정에서 저희 인력만 가지고 한 게 아니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서 사실 했습니다.”
결국 5년만인 지난 8월 석유공사는 추가 투자액을 포함해 2조원을 쏟아부은 ‘날’을 미국 은행 실버레인지에 100분의 1, 단돈 200억원에 팔았습니다.
묻지마식 해외 투자 결정 방식은 다른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즈베기스탄 수르길 가스전 사업’ 계획을 논의한 2010년 6월 29일 가스공사 이사회에서 주강수 당시 사장은 “사업성은 잘 모르겠지만 감은 좋다”고 말했습니다.
[주강수 당시 가스공사 사장(의장) / 2010년 6월 29일 가스공사 이사회] “사업성은 지금 잘 모르는데 감은 좋고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도 많은 것이 불투명하다.”
결국 1년 뒤, 감에 의존한 투자 결정은 4조 4000억원짜리 대형 계약으로 현실이 됐습니다(2011년 8월 23일).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과의 회동에서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 “너무 신경쓰지 마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국민TV뉴스 강신혜입니다.
“MB, 5개월간 정상회담 3번…캐나다는 어떤 수확(Harvest)이 있었을까요?”
MB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 중 최근에 부각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석유공사의 석유기업 인수, 가스공사의 셰일가스 개발, 그리고 광물공사의 니켈 광산 개발과 동광 개발 사업.
니켈 광산의 경우 사업 자체는 참여정부 때 시작됐지만 MB 정부에서 중요한 투자 확대가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두 캐나다 기업이 연관돼 있습니다.
석유공사가 인수한 석유기업은 하베스트라는 캐나다 기업이었고 셰일가스 개발도 캐나다 광구에서 이뤄졌습니다.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은 캐나다의 쉐릿, 멕시코 동광 역시 캐나다의 바하마이닝이라는 기업이 주인이었습니다.
이들 캐나다 기업은 자금경색과 부실, 심지어는 부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국 자금 덕분에 기업을 통째로 팔거나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왜 유독 캐나다였을까?
2009년 7월 MB는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자원 협력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그해 9월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을 때, MB는 하퍼 캐나다 총리의 적극적인 지지에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한달 뒤 한국석유공사에서 충격적인 발표가 나옵니다.
부실 상태였던 캐나다의 하베스트사를 4조5천억원에 인수한다는 발표혔습니다.
해외 언론으로부터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조롱 받았던 퍼주기 투자였습니다.
비슷한 투자는 이후 쉐릿과 바하마이닝, 캐나다 셰일가스 개발에도 이어졌습니다.
캐나다 부실기업이 ‘신의 선물’을 받은 지 두달, 한국과 캐나다 정상은 2009년 12월 서울에서 또 만났습니다.